알렉산데르 크바스니예프스키 전 폴란드 대통령이 자국 내에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설치·운영한 비밀감옥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고 폴스키라디오 등 폴란드 현지 언론이 10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크바스니예프스키 전 대통령은 1995년부터 2005년까지 10년 동안 재임했다.
그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폴란드는 미국과 정보활동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고, CIA가 테러용의자를 전쟁 포로로 대우하는 것을 조건으로 폴란드 내 시설에 억류하는 것을 허용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2003년에는 조지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비밀 감옥 내에서 이뤄지는 야만적 신문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크바스니예프스키 전 대통령은 CIA의 비밀감옥을 허용하는 대가로 거액의 돈을 받은 사실과 이 돈의 행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로이터는 이날 미 상원 정보위가 지난 9일 공개한 보고서를 인용해 "폴란드 정부가 9·11 테러 모의자 중 한 명인 칼리드 셰이크 무함마드를 폴란드 내 시설로 이송하려는 CIA의 계획에 반대하다가 당시 폴란드 주재 미국대사의 중재로 CIA로부터 수백만달러를 받은 뒤 유연하게 태도를 바꿨다"고 보도했다.
당시 주 폴란드 미국대사는 훗날 주한 미국대사와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등을 역임한 크리스토퍼 힐이다.
폴란드 정부는 그간 CIA 비밀 감옥의 폴란드 내 존재 자체를 부인해왔다. 그러나 유럽평의회 조사 결과, CIA가 9·11 테러 이후 폴란드, 루마니아 등 동유럽 국가에 비밀 감옥을 설치한 뒤 테러 용의자들을 신문하고 미국으로 이송시킨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입력 2014.12.11. 15:44업데이트 2014.12.11.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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