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제프리(70) 아베크롬비 최고경영자(CEO)가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젊고, 아름답고, 마른 사람들만 우리 옷을 입었으면 좋겠다”, “뚱뚱한 고객이 들어오면 물을 흐리기 때문에 엑스라지(XL) 이상의 여성 옷은 팔지 않는다”는 등 외모 차별 논란을 빚은 그는 지난해 매출이 77%(전년대비) 급감하면서 사퇴 압력을 받아왔다.
아베크롬비는 9일(현지시각) 성명을 내고 마이크 제프리 CEO가 즉각 CEO와 이사회에서 물러날 것이며, 현재 회사 안팎에서 차기 CEO를 물색 중이라고 밝혔다. 제프리 CEO의 사퇴 소식에 뉴욕 증시에서 아베크롬비의 주가는 9% 넘게 수직으로 상승했다.
1992년부터 22년 가까이 아베크롬비를 이끌어 온 제프리 CEO는 ‘섹시한 남자 모델’을 앞세운 고가 전략으로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아베크롬비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1892년 평범한 아웃도어 브랜드 회사로 설립된 아베크롬비를 ‘섹시 아이콘’으로 탈바꿈시킨 덕분이다. 옷 앞면에 큼지막하게 ‘아베크롬비’의 이름이 박힌 후드티와 티셔츠는 한때 미국 학생들 사이에서는 ‘필수 아이템’으로까지 여겨졌다.
하지만 자라, H&M 등 패스트패션 의류 브랜드가 시장 장악력을 넓히면서 최근 수년간 아베크롬비의 입지는 좁아진 상황이다. 여기에 제프리 회장이 매장 직원을 뽑을 때 외모를 차별해서 소송과 벌금을 물었다는 점과, 여성용 옷에는 엑스라지 이상의 제품을 배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브랜드 이미지도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상태다.
제프리 회장의 전격 사퇴가 아베크롬비의 턴어라운드에 도움이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앞서 아베크롬비는 자사 브랜드인 홀리스터를 패스트 패션 브랜드로 만들어 뒤늦게 시장에 뛰어들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차기 CEO의 지도력이 얼마나 발휘되느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