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혜린 기자] tvN '미생'이 6일 방송에서 사내 정치에 휘말려 갖은 고초를 겪고 있는 회사원들, 그러면서도 일상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슬픔을 그려내며 눈길을 끌었다.

이날 방송은 사업 아이템을 채택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사내 정치의 서슬퍼럼을 묘사하고 '세상에는 만만한 일이 없다'는 명제를 입증해냈다.

장그래(임시완 분)는 출근 첫날 동기들이 탄 엘리베이터에 함께 타지 못하던 자신의 처지에서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그는 카자흐스탄 사업에 신이 나서 두달 넘게 야근을 도맡아왔지만, 결국 그 담당자를 선배들에게 '양보'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회사가 "나갈 사람을 왜 키워주냐"며 담당자를 교체할 것을 원했기 때문. 오차장(이성민 분)은 크게 반발했지만, 별 수는 없었다. 장그래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데 그럴 수 있냐고 따지는 것은 "감정적"인 일로 치부되고, "장그래가 나라라도 구했냐"는 황당한 질문에 맞닥뜨렸다.

고민하는 오차장에게는 회사를 먼저 나간 선배가 명답을 내놨다. 식당을 차렸다가 몇달만에 문을 닫아, 퇴직금은 물론이고 대출까지 껴안게 된 선배는 "그때 버텼어야 했나. 좀 더 정치적으로 살아야 했나. 줄을 잡아보려고 시도라도 했어야 했나. 잠을 못자겠다 후회가 밀려와서"라며 잠시도 마음이 약해질 기회를 주지 않았다.

명대사도 나왔다. 선배는 "회사가 전쟁터라고? 밀어낼 때까지 그만두지 마라. 밖은 지옥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다시 돌아올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이 일은 천과장(박해준 분)도 싱숭생숭하게 했다. 그는 입사 초기 공채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일부 사업 아이템에 손도 대지 못했던 시절을 기억했다. 그는 최전무(이경영 분)에게 "혹시 장그래에게 힘을 보태줄 수 없느냐"고 물었다.

안영이(강소라 분)는 일을 잘해놓고도 혼나게 됐다. 본사에서 가장 맘에 들어하는 사업 아이디어를 내고도 개인 사정으로 할 수 없다고 말해야 하는 상황. 마부장이 미는 부서는 따로 있기 때문이다.

안영이는 아이디어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지만, 하대리는 "맞서야 할 때와 아닐 때를 가리라"며 아이디어를 포기하고 마부장을 흥분케 하지 않을 것을 원했다.

안영이가 고민하자 정과장(정희태 분)은 안영이를 두둔하고 나섰지만, 마부장은 "왜 이렇게 감상적이 됐냐. 이번에 진급 안할거니?"라고 대놓고 협박했다. 정과장은 안영이에게 "내가 부탁하자. 이번에 나 진급 심사다. 마부장 밀어주자"고 말했다.

안영이는 결국 "내 아이템이 무리가 많더라. 내 생각이 짧았다. 본사에 포기 메일을 보냈다"며 마부장을 만족시켰다.

그러나 동아줄은 끊기고 말았다. 윽박지르며 전화기로 몸을 찔러대는 마부장에게 정과장은 "다시는 손찌검하지 말아달라"고 해버렸다. 그 일 후 몸을 떨며 "우리 다 죽었다"고 자책하는 자원팀 사람들의 모습은 웃음을 자아냈다.

한석율(변요한 분)은 완전히 빛을 잃었다. 트레이드마크였던 가르마를 없애고, 말 수도 없어진 것. 그는 공장에서 반발할 것을 예상했지만 성대리는 밀어부쳤던 상황. 성대리와의 대결에서 완전히 패한 듯한 그는 결국 성대리 말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받게 됐다. 공장에서 파업을 선언하고 나선 것.

기회를 잡은 한석율은 "내가 해결해보겠다"고 나섰지만, 내동댕이 쳐지고 말았다. 반전은, 쉽지 않았다.

장그래는 힘겨워하는 동기들을 보면서도 "시련도 셀프"라는 걸 인정하며 꿋꿋이 견딜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카자흐스탄 담당자를 바꿔달라"고 먼저 요청했다.

첫 사업 아이템이 통과되고 기뻤던 장백기(강하늘 분)는 아이템을 넘겨줘야 했던 장그래를 보는 마음이 불편했다. 그는 "오늘 처음 알았다. 내 스펙이 부끄러웠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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