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금토드라마 '미생'(극본 정윤정, 연출 김원석)의 호평에 힘입어 출연 중인 조연 배우들도 조명 받고 있다. 강대리 역의 오민석과 하대리 역의 전석호가 대표적이다.
강대리는 장백기(강하늘)가 속한 철강팀 일원으로, 출중한 업무 능력을 지닌 인물로 그려진다. 대리 가운데 가장 많은 상여금을 받았다는 점이 이를 말해준다. 후배 장백기에게 무뚝뚝한데, 결과적으로 우물 안의 개구리인 장백기를 깨우치게 만드는 장본인이다. 일에 대해선 누구보다 꼼꼼하고, 독문과 출신인 장백기의 독일어 발음을 교정해주는 섬세함도 갖고 있다. "내일 봅시다" "화려하지 않아도 필요한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 등 그의 대사들은 드라마 속 명대사로 회자되고 있다.
강대리가 멋진 사수라면, 자원 2팀의 하대리는 다소 괴팍한 인물이다. 새벽까지 사무실에 남아 일하는 워커홀릭인데, 과거 여자 상사에게 혹독하게 당했다는 이유로 여자후배 안영이(강소라)를 편견으로 대했다. 쓰레기통을 닦아오라는 명령까지 묵묵히 받아들이는 안영이의 태도도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화물사건' 이후 하대리는 안영이를 후배로 인정한다. 흥분하면 각종 욕이 튀어나오는 거친 성격은 여전하지만 이제 안영이에게 "고맙다"는 말을 할 정도다.
사실 두 사람의 분량은 많지 않다. 고군분투하는 신입 4인방의 성장을 함께 그려나가는 주변 인물 중 하나다. 강대리는 대학생 티를 벗지 못하는 장백기를 변화시키는 인물이고, 하대리는 남성 중심 조직사회에서 버텨야 하는 안영이의 첫 번째 관문이었다. 결혼 여부 등 그들에 대한 별도의 에피소드는 없다. 대리들이 함께 어울리는 장면이 서비스 신처럼 등장하는 정도다.
그럼에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소화해낸 두 배우의 열연 덕분이다. 든든한 강대리는 신입사원이라면 누구나 꿈꿀 법한 이상적인 상사라면, 악역인 줄 알았던 하대리는 '갱생'이란 극적인 요소 덕분에 인기를 누리고 있다. 시청자들은 강대리와 하대리, 김대리(김대명), 성대리(태인호) 등 유형별 상사를 통해 자신의 상황을 대입시키기도 하고, 지난달을 떠올려 보기도 한다.
덩달아 배우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미생'의 애청자들은 오민석의 전작인 KBS 2TV '조선총잡이', tvN '나인'이나 전석호의 전작인 영화 '조난자들'나 과거 CF 등을 다시보기하고 있다고.
오민석의 소속사 제이와이드컴퍼니 관계자는 OSEN에 "광고나 작품과 관련해 예전보다 문의가 늘어났다. 오랫동안 활동해왔는데, '미생'이 주목 해주시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 감사하다. 배우 본인도 좋은 작품에 합류하게 돼 기쁜 마음으로 촬영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생'은 이제 막바지를 향해 달려 가고 있다. 대리 2인의 활약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뜻하기도 한다. 하지만 '미생'이 많은 것을 남겼듯, 오민석과 전석호라는 좋은 배우들을 발견하는 기회였음은 분명하다.
jay@osen.co.kr
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