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tvN 제공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의 열풍이 뜨겁다. 시청률은 방송 초기부터 동 시간대 1위. 회를 거듭할수록 자체 최고 시청률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인기 열풍의 이유는 여러 가지다. 첫 번째 키워드는 '공감'. 은 바둑이 인생의 모든 것이었던 장그래(임시완)가 프로 입단에 실패한 후 냉혹한 현실(사회)에 던져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취업난을 뚫고 입사한 장그래와 안영이 등 신입사원들의 스토리는 누구나 겪었을 법한 이야기라, 모두가 공감하게 된다. 우리는 모두가 지금 그 자리에 있거나 그 자리를 지나왔고, 사랑하는 주변의 누군가는 그런 일을 겪고 있으니 말이다.

드라마라는 형식을 빌렸지만, 다큐멘터리라 불러도 좋을 정도로 현실에 근거한 연출이 돋보인다. 현실과 브라운관 속의 현실 사이에 괴리감이 거의 없다. 임시완, 강소라, 이성민, 강하늘, 김대명 등 주연과 조연이 따로 없는 출연진의 연기력도 일품이다. 튀는 인물은 없지만, 각자의 캐릭터를 그대로 살려 실감 나는 연기를 보여준다. 이들이 연기하는 캐릭터는 우리가 매일 얼굴을 마주하는 직장 상사, 동료, 후배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제작진의 현실감 있는 연출을 위한 노력이 더해졌다. 리얼함을 살리기 위해서 드라마 촬영 장소를 서울 중구 남대문의 서울스퀘어로 섭외했다. 실제로 사무실이 입주한 건물이라,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서 주말에만 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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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이 살아 있다! 서울스퀘어 13층 원 인터내셔널 영업 3팀 직접 가보니…

주인공 장그래가 소속된 원 인터내셔널 영업 3팀의 사무실은 서울 중구 남대문로 5가에 위치한 서울스퀘어 건물 13층에 있다. 드라마 촬영을 위해 마련한 공간이 아니라, 실제 사무실이다. 주로 이곳과 옥상에서 촬영을 하고, 부족한 촬영은 남양주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소화한다. 이곳에서는 주말에만 촬영이 가능해서, 책꽂이에 꽂힌 서류까지 똑같은 스튜디오를 따로 뒀다.

직접 가본 이곳은 촬영 중이라 조명과 카메라 등이 있는 것만 빼면 평범한 사무실과 다른 것이 하나도 없었다. 직급에 따라 서류와 문구류까지 디테일하게 구분했다. 장그래의 책상 위에는 원 인터내셔널의 수첩이 있었고, 벽에는 직원 연락망과 연간 프로젝트 플랜 등 페이퍼가 붙어 있었다. 각각의 캐릭터나 직함에 맞게 책상 위 소품까지 세세하게 고증을 받아서 신경 썼다. 여직원의 자리에는 섬유용 탈취제와 미스트가 있고, 계약직인 장그래의 책상에는 풀, 자 등 사무용품이 널려 있다. 컴퓨터 모니터에 떠 있는 파일까지 리얼하다. 장그래의 모니터 바탕화면에는 엑셀 파일이 깨알같이 저장되어 있다.

에서 자주 등장하는 장면이 옥상에서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다. 서울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경은 원 인터내셔널 직원들의 애환을 풀어주는 장소다. 이곳에서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고, 스트레스도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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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과 싱크로율 200%!
임시완, 이성민, 강소라 주인공 3인방 인터뷰


갑의 세계에 들어간 이방인 을 / 장그래 / 영업 3팀 신입 / 26세 

한때는 바둑 영재였지만 지금은 고졸 낙하산이다. 다양한 스펙에 외국어 네댓 개쯤은 필수인 사람들만 모인 종합상사에 뚝 떨어진, 이력서 새하얀 미운 오리 새끼다. 7살에 바둑을 만나 10살에 한국기원 연구생 입문 후, 연구생 자격이 끝나는 18살까지 오직 프로 입단을 위해 십 대를 고스란히 바둑에 바쳤다. 하지만 최종 입단 실패와 함께 맨땅에 벌거숭이로 내던져졌다. 연기하는 아이돌, 제국의아이들 임시완이 모성본능을 일으키는 리얼한 연기로 극의 집중력을 높이고 있다.

임시완

장그래 역을 연기하고 달라진 점이 있다면?
찍으면서 감정이입이 많이 되는 것 같다. 계속 이런 식으로 불쌍하고 처량한 느낌의 역을 맡게 되니까 자신감이 결여된 느낌이 든다. 위축도 되고. 촬영이 없는 날은 출입도 자제하게 되는 것 같다. 작품이 끝나면 어깨도 당당하게 펴고, 자신감도 되찾고 싶은 마음이 있다.(웃음)

장그래 역을 200% 소화한다는 연기 칭찬이 자자하다. 평상시에도 활발한 성격은 아니었는데, 장그래를 맡고 부끄러움이 많아진 것 같다. 긴장이 많이 된다. 당황스러운 일이 있으면 귀가 잘 빨개진다. 드라마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좋게 봐주시는 분들은 '귀까지 연기하네'라고 말해주시는데, 연기는 아니고 당황스러워서 자연스럽게 된 거다.

드라마지만 연기로 경험해본 직장생활은 어떤지? 실제로 연기가 아니라 회사생활을 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출퇴근을 하고 있다. 심지어 주 5일제 근무제가 아닌, 주말이 없는 출퇴근이다.(웃음) 그래도 그나마 위로를 받는 건 나보다 대사가 많은 대리님과 과장님이 계시다는 거다. 덕분에 그래도 살 만한 인생이라고 생각한다.(웃음)

가장 공감과 위로를 느꼈던 에피소드는? 공감이라기보다는 많은 생각을 했던 에피소드가 있다. 변부장을 접대하는데 과장님께서 말씀하신 내용이다. '나는 내가 먹고 싶을 때 마시지만, 너는 남이 먹고 싶을 때 마시잖아. 간 괜찮냐?' 이런 대화를 나눈다. 술에만 국한되지 않고, 살면서 자기주도적일 수 있는 상황이 얼마나 될까, 어렸을 때 아버지가 술에 취해 들어오실 때 어떤 기분이었을까,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라는 작품이 임시완에게 주는 의미는? 장그래가 완생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연기적인 부분에서 좋은 선배 배우님, 스태프, 감독님들과 함께하면서 많이 배운다. 나 역시 이 끝나는 순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성장할 것 같다.

인기가 대단하다. 실감하나? 평소처럼 연기를 한 것뿐인데, 생각보다 무서우리만큼 폭발적인 관심을 주신다. 덜컥 겁이 나기도 하고 신경도 쓰인다. 요즘에는 반응을 외면하고 덤덤해지기 위해서 노력한다. 흔들릴까 봐.

왜 이렇게 인기가 있는 것 같나. 공감대 형성이 많이 되는 것 같다. 세상의 모든 장그래에게 힘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만 이렇게 힘든 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힘든 삶을 살고 있다고 위로의 말을 해주고 싶다.

영화 에서는 1980년대의 청년을, 에서는 2014년의 청년을 연기한다. 시간과 환경이 다를 뿐이지, 젊음이라는 것 자체는 같다고 생각한다. 불완전함에도 불구하고 가치는 환산할 수 없다. 어떤 사람이 더 가치가 있는지 감히 설명할 수 없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위해서 얼마나 노력하느냐, 갈구하고 찾고 노력하느냐가 젊음의 가장 큰 비중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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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사적 기질의 워커홀릭 / 오상식 / 영업 3팀 과장 / 43세

구겨진 와이셔츠, 피곤에 쩐 얼굴, 흐트러진 머리카락, 다듬지 않은 수염, 위궤양·식도염·지방간 3종 세트…. 이 땅의 모든 직장인과 교집합이 있는, 평범한 40대 가장이다. 노련한 통찰력, 승부사 기질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김동식 대리와 펼치는 웃픈 콤비 플레이는 가끔 웃음을 유발한다.

회사의 권력 라인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서, 실세인 전무와 대적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워커홀릭이다. 잘나가던 자원 1팀에서 온갖 부서의 뒤치다꺼리나 하는 영업 3팀으로 좌천당했다. 모종의 사건으로 깊어진 전무와의 갈등이 긴장감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그가 관심 있는 건 오직 하나, 일뿐이다. 고작 월급쟁이지만 일을 잡으면 어떻게든 되도록 만들어가는 집념의 상사맨.


이성민

연기가 아니라, 실제로 직장생활을 해본 사람 같다
. 세트장과 촬영장에 '출근'하고 있다. 출근을 하면 '점심 뭐 먹을까' 고민을 한다. 주로 '대리급'에서 점심을 해결하자고 한다. 다른 촬영은 안 그런데, 이번 작품은 희한하게도 촬영이 끝나면 맥주 한잔 하고 싶고, 촬영이 안 끝났는데 대리급이 먼저 퇴근하면 살짝 짜증이 나기도 한다.(웃음)
실제 오과장이라면 인턴사원 중 누굴 뽑겠나? 안영이 뽑아야죠!(웃음)

드라마 인기 요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직장인의 애환도 있지만, 가끔 쾌감을 줄 수 있는 부분도 있을 것 같다. 아내들이 직장 다니는 남편을 이해해줄 수도 있을 것 같다. 삶이 이렇게 힘들다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지점이 있다. (시청자들이) 희열을 느끼는 부분도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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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질한 남자의 세계에 들어간 잘난 여자 /안영이 / 자원 2팀 신입 / 26세

주인공 장그래의 유일한 여자 동기. ‘넘사벽’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스펙이 뛰어나다. 인턴 기간 중 모든 면에서 우월한 면을 보인다. 그러나 아픔이 있는데, 영이를 열린 지갑으로 생각하는 아버지 덕에 빚에 허덕인다는 것.

아버지도, 집안도 과거도 모두 잊고 ‘이제는 나를 위해 살겠다’며 마음을 먹고 원 인터에 인턴으로 지원, 수석 합격한다. 신입임에도 즉시 업무에 투입 가능한, 겉으로 보기엔 모든 걸 다 가진 듯 보이는 영이의 능력이 남자들의 어느 부분을 건드려, 역공을 받고 있다.


강소라 
안영이 역으로 출연하게 된 계기는?
출생의 비밀이나 재벌이라는 요소 없이도 재미있는 드라마였기에 정말 출연하고 싶었다. 지금 내 나이가 아니면 신입이나 인턴사원 역할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혹시 드라마가 잘 안 되면 이런 작품이 안 나올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꼭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극 중) 여자라서 고생이 많다. 대우인터내셔널에서 자문을 받고 있다. 에피소드 중에 여성에 대한 차별과 핍박 부분이 나오는데, 실제로 그러한지 여쭤봤었다. 자원팀의 경우 프로젝트가 5년, 10년 단위로 길게 진행된다고 하더라. 월 단위의 프로젝트보다 호흡이 길고 규모도 큰 것이다. 직원이 중간에 나가면 새로 들어오는 분에게 기존의 멤버가 알려줘야 하는 일이 생긴다고 하더라. 그렇지만 여사원에 대한 차별이 크다. 내 잘못도 없는데, 능력도 있고 자신도 있는데 억울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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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석 감독 인터뷰

“사람들의 사소한 것이 담긴 웃픈 드라마 만들고 싶다”

어떤 점에 주안을 두고 연출을 했는지?
내가 보고 싶은 드라마가 기준이다. 그것은 드라마를 보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드라마를 만들겠다는 말이다. 나는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다. 직업이 되고 보니 즐기지 못하겠더라. 나 같은 (드라마 보지 않는) 사람들이 짧은 순간이라도 감동할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었다.

리메이크 작품 연출이 쉽지 않은데, 원작을 잘 살린 것 같다.

작가의 힘이다. 대본을 잘 살렸다. 웹툰을 글이나 그림이라고 봤을 때, 그걸 접한 사람들은 각자 상상의 수준이 있다. 드라마는 그 지점까지 표현해줘야 시청자들이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작가가 현실감 있게 잘 살려줬다. 대본의 힘이다.

이 어떻게 평가받았으면 좋겠나?

미생을 하면서 두려웠던 것은, 일반인이나 소시민을 다루는 미니시리즈가 (나 때문에)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였다. 정말 잘 만들고 싶었다. 우리 드라마 시장이 로맨틱 코미디, 메디컬 드라마, 전통 사극 등 몇 가지 한정된 것으로만 가는 것이 안타까웠다. 소시민을 다루는 작품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감독이 생각하는 인기 비결은?

대본이 너무 좋았다. 원작을 잘 살리면서도 드라마적으로 표현을 잘 해줬다. 좋은 연기자들이 출연을 결정했고, 신뢰하는 촬영 스태프가 같이 하게 됐다. 덕분에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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