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93년 미국 필라델피아 지방법원은 지역 경찰에 특별한 권한을 부여했다. 거리를 지나는 모든 흑인을 불심검문하고 구금할 수 있는 합법적 권리를 줬다. 이것을 시초로 미국의 '인종 프로파일링(피부색이나 인종을 토대로 용의자를 특정하는 수사기법)'은 300년이 넘도록 관행으로 굳어졌다. 오랜 세월 소수 인종을 괴롭혀온 이런 차별 관행이 퍼거슨 사태를 계기로 존폐 기로에 놓였다.

에릭 홀더 미국 법무장관은 1일(현지 시각) 연방 법률집행기관들이 시행하는 인종 프로파일링을 제한하는 지침을 곧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홀더 장관은 이날 흑인 인권운동 지도자인 마틴 루서 킹 목사가 몸담았던 애틀랜타의 에베네저교회에서 이런 계획을 내놓았다.

미국 정부의 이런 움직임은 퍼거슨시에서 흑인 청년을 총으로 쏘아 숨지게 한 백인 경찰관에게 불기소 처분이 내려지면서, 흑인 사회가 동요하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인종 프로파일링에 대해서는 줄곧 비판이 제기돼 왔다. 경찰이 불심검문할 때 유독 흑인이 대상이 되는 것은 기본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인권단체인 ACLU(미국시민자유연합)가 2007 ~2010년 보스턴 경찰이 불심검문한 사람들을 조사했더니 63.3%가 흑인이었다. 하지만 실제 보스턴 인구 중 흑인 비율은 24.4%에 그쳤다. 백인은 보스턴 인구의 53.9%를 차지하지만, 불심검문을 당한 사람 중의 백인 비율은 21.8%에 불과했다.

미국은 공항에서도 오래전부터 인종차별적 검문·검색이 이뤄졌다. 2007년 TSA(연방교통안전청)가 미 전역의 공항에 '행동 감시관'을 3000여명 배치하면서 인종차별적 검문·검색을 강화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행동 감시관은 승객의 외모·행동을 보고 잠재적 범죄자를 골라내는 일을 했는데, 이들이 주로 적발한 대상은 흑인·중동인·히스패닉 등이었다.

미국 정부가 인종 프로파일링을 제한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이유로는 국제사회의 매서운 비판을 감안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엔 고문방지위원회는 퍼거슨 사태를 계기로 최근 "미국 경찰이 소수 인종을 상대로 공권력을 남용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채택했다. 중국 신화통신은 "형사 시스템에서 극심한 인종 차별이 드러났다"고 논평했고, 북한 외무성까지 "인권 불모지로서 미국의 진면모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종 프로파일링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인종 차별적 수사 절차를 제한하는 법안이 뉴욕 시의회에 제출되자, 당시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은 "시민들을 덜 안전하게 만드는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백인 가운데 범죄자 비율은 미국 인구 전체의 평균과 비슷하다. 그러나 흑인 중 범죄자 비율은 백인 중 범죄자 비율의 배에 달한다. FBI(연방수사국)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미국 전역에서 범죄 혐의로 체포된 사람은 68.9%가 백인이고, 흑인은 28.3%였다. 2010년 인구 센서스 기준으로 미국 내 백인과 흑인의 비율은 각각 72.4%, 12.6%다.

☞인종 프로파일링(racial profiling)

경찰이 인종에 따라 범죄 혐의를 판단하는 수사 기법. 미국에서 주로 흑인들을 일단 범죄자로 간주하고 거리에서 불심검문하거나 흑인이 운전하는 차량을 세우는 일이 대표적이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중동인을 테러범으로 의심해 미국 내 공항에서 집중 검색하는 것도 해당된다. 영어에서 '프로파일링'은 원래 정보 수집이란 뜻이지만, 수사 용어로는 범행 현장에서 나온 증거를 바탕으로 범인의 습관·나이·성격·직업·범행수법 등을 추론해 검거하는 기법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