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드라마 '비밀의 문' 여주인공 서지담의 존재감은 어디로 갔을까. 그것이 알고 싶다.

서지담은 '비밀의 문'에서 적지 않은 중요도를 가진 인물이었다. 당초 김유정이 연기하던 이 역할은 드라마의 시작인 살인 사건의 추리를 세자 이선(이제훈 분)과 함께 했으며, 이선과의 러브라인도 살짝이나마 그려졌다. 그러나 회를 거듭할수록 그 존재감은 옅어지다 못해 사라지고 있다. 배우를 윤소희로 교체하고 난 후에는 마치 억지로 끼워넣은 것 마냥 전체 이야기와 어울리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난 25일 방송된 20회에서도 꿔다놓은 서지담은 여전했다. 이날 서지담이 등장한 부분은 단 한 번 뿐. '한 회에 한 번은 등장시켜야 되지 않을까'하는 의무감 때문인 것처럼 뜬금없이 그려졌다. 이선에 의해 궁에 숨어있던 서지담은 그의 존재를 알아차린 노론 때문에 위기에 처했다. 결국 혜경궁 홍씨(박은빈 분)의 재치로 궁 밖으로 몸을 피하는데, 그 곳에서 노론 홍계희(장현성 분)을 만나게 된 것. 그러나 미리 나철주(김민종 분)가 손 써놓은 덕분에 홍계희와 함께 있던 이들은 서지담을 서지담이 아니라 거짓 증언했다. 이 덕분에 서지담은 정체를 들킬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날 방송의 서지담 분량은 사실 새롭지 않다. 언제나 같은 내용의 반복이다. 아버지가 역적으로 몰려 죽임을 당한 다음 기생으로, 궁녀로 몸을 숨긴 서지담이 정체를 들키냐 마냐의 문제가 구체적 내용만을 조금씩 달리하며 반복되고 있다. 이 쯤 되니 긴장감을 줘야 할 장면들은 더 이상 흥미롭지 못하다. 서지담이 홍계희의 함정으로부터 빠져나가는 그 순간에도 이야기의 향방이 그리 큰 궁금증을 낳지는 못했다.

이는 서지담의 초반 비중을 생각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서지담은 혜경궁 홍씨와 더불어 두 여주인공 중 하나였다. 아역배우 김유정이 성인 역에 도전한다 해서 더욱 눈길을 끌었던 서지담 역할은 오히려 혜경궁 홍씨보다도 많은 분량을 차지했다. 드라마 전반을 이끌어가던 살인사건과 그 추리에는 꼭 그가 있었기 때문. 또한 서지담은 이선과의 러브라인이 예고돼 있기도 했다.

서지담은 궁에서 빙애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데, 사실 빙애는 역사적 인물이다. 빙애는 추후 사도세자 이선의 후궁 경빈 박씨로 아들 두 명을 낳았다. 또한 사도세자에 의해 죽음을 맞는 비극적인 여인이기도 하다. 이처럼 가상의 인물도 아니며, 후에 후궁의 자리까지 오르게 되는 서지담이 왜 이토록 미미한 존재감을 가지게 됐을까.

이는 서지담을 둘러싼 이야기의 단추가 처음부터 잘못 꿰어졌기 때문. 배우를 교체했을 정도로, 서지담을 향한 시청자들의 불만의 목소리는 높았다. 추리부터 러브라인까지, 서지담에 감정이입하기보다는 그는 눈치 없고 쓸데없이 나서는 인물로 비춰졌다. 그리고 사랑 받아야 할 여주인공이 찬밥 신세가 되는 일은 빠르게 진행됐다.

서지담이 이야기 진행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때가 올까. 이제 4회를 남겨둔, 그리고 역적 모의에서부터 이선의 폐세자까지 많은 전개를 남겨둔 '비밀의 문'이 서지담에게도 한 자리를 내어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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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문'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