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사건에 대한 최종 변론이 25일 마무리되면서 이제 관심은 연내에 있을 것으로 보이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쏠리고 있다.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사상 처음으로 특정 정당 해산 심판을 청구한 정부와 피청구인인 통합진보당 둘 중 한쪽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해산 결정 땐 통진당 와해

헌재가 정부 손을 들어주면 통합진보당은 해산된다. 이때 소속 의원들이 국회의원직을 유지할 것인지가 큰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통합진보당 의원은 지역구가 있는 오병윤(광주 서구을), 이상규(서울 관악을), 김미희(경기 성남 중원) 의원과 비례대표인 이석기·김재연 의원 5명이다.

A4용지 17만쪽 사건기록을 앞에 두고… 25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박한철(가운데) 소장과 재판관 8명이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사건의 최종 변론을 진행하고 있다. 재판관들 앞에 법무부와 통진당 양측이 제출한 A4 용지 17만쪽 분량의 사건 기록이 수북이 쌓여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정부가 정당을 해산한 전례가 없기 때문에 현행법으로 판단할 근거가 없다"며 "헌재 판결 때 언급이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앞서 정부는 소속 의원의 의원직 상실 결정도 함께 청구했다. 하지만 헌재도 이 부분에 대해선 어느 쪽이든 비판 소지가 있기 때문에 판단을 내릴지 말지 고민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헌법학자 의견도 엇갈린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가 통진당 해산을 선고하면, 당연히 중추적 역할을 한 현역 의원직을 박탈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신평 경북대 로스쿨 교수는 "명문 규정이 없기 때문에 헌재가 정당 해산을 결정해도 의원직을 박탈하기 힘들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국민이 선거로 뽑은 지역구 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하되, 비례대표직은 상실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만 현행법상 헌재 결정 전에 지역구 의원이 자진 탈당하고, 당 지도부가 비례대표 의원을 제명(除名)하면 해산 결정이 나더라도 무소속으로 의원직 유지가 가능하다. 2012년 통합진보당 분당(分黨) 때도 박원석·서기호·정진후·김제남 의원이 '셀프 제명'이란 편법을 통해 비례대표직을 유지한 채 정의당으로 옮겨간 적이 있다.

통진당 해산 이후 재창당 허용 여부에 대해 선관위 측은 "당헌·당규, 정강·정책 등을 바꾸더라도 (구성원이 같다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당법 제40조에도 '정당이 헌재 결정으로 해산된 때에는 해산된 정당의 강령(또는 기본 정책)과 같거나 비슷한 것으로 정당을 창당하지 못한다'고 명시돼 있다. 통진당 오병윤 원내대표가 지난 23일 당 사수 결의 대회에서 "해산을 결정하면 당을 다시 만들면 된다"고 말했지만, 다른 간판을 달고 나오더라도 정당 등록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국가에서 주는 정당보조금은 해산 결정이 나는 동시에 끊긴다. 올해 통진당에 들어간 보조금은 분기당 6억9200만원씩 28억원가량이다. 여기에 선거 보조금이 약 28억원 더 지급됐다. 선관위 관계자는 "지금까지 배분된 보조금을 회수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기각되면 정부 타격

헌재가 통진당 해산 청구를 기각하면 청구인인 정부가 부메랑을 맞게 된다. 정부 대리인인 법무부는 통진당 해산을 위해 별도 팀까지 꾸렸다. 그런데도 진다면 "정부가 무리한 청구를 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정부가 괜한 일을 벌여 통진당에 정당 유지 명분만 주었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다.

하지만 기각되더라도 정부가 지난 1년간 통진당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공개하고 알린 만큼 애초 목적은 달성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법무부 관계자는 "정부가 그간 제시한 통진당의 이적성(利敵性)은 앞으로 국민이 이들을 정확히 판단하는 데 중요한 참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