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두리(34·서울)는 한국 나이로 서른다섯이다. 최근 그의 은퇴 여부를 두고 여러 말들이 오가는 가운데 요르단전에서 보여준 그의 모습은 나이를 잊게 했다.

울리 슈틸리케(60·독일)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은 14일 오후 11시30분(한국시간) 요르단 암만의 킹 압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요르단과의 A매치 평가전에서 전반 34분에 터진 한교원(24·전북)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했다.

한교원의 결승골을 도운 이는 차두리다.

차두리는 전반 34분 오른쪽 측면에서 골문으로 쇄도하는 한교원을 보고 정확한 크로스를 올렸다. 달려가는 한교원의 스피드까지 고려해 보낸 완벽한 패스였다. 이날 차두리는 전반이 끝나고 김창수(29·가시와 레이솔)와 교체됐다. 강렬했던 45분이다.

주장 구자철(25·마인츠)이 컨디션 난조로 선발에서 빠진 탓에 차두리는 주장 완장을 차고 나왔다. 초반부터 적극적이었다.

요르단의 '선수비·후역습' 전술을 파악한 그는 초반부터 깊고 빠른 오버래핑을 통해 요르단의 수비진을 흔들었다. 전반 동안 오른쪽 측면을 집요하게 공략했다.

차두리는 완급 조절도 했다. 무턱대고 뛰어 들어가는 게 아니라 전방의 공격진들의 움직임에 따라 적재적소에 정확한 로빙패스로 연결했다. 수비수의 뒤를 침투하는 동료들과의 호흡이 좋았다.

답답했던 양상에서 공격의 물꼬를 트는 패스를 여러 차례 선보였다. 기어이 전반 34분에 한교원을 골을 도와 균형을 깼다.

차두리는 이날까지 포함해 A매치 69경기 출전으로 대표팀 내에서 이근호(29·엘 자이시·69경기)와 함께 국제대회 경험이 가장 많다. 2002한일월드컵까지 출전했으니 깊이에서는 이근호를 능가한다.

최근 차두리는 은퇴를 두고 고민 중이다. 사실상 은퇴 의사를 굽혔다는 말도 나온다.

공교롭게 이날 오후 차두리의 소속팀 FC서울의 최용수 감독은 "현역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차두리는 경기력이 오히려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며 "대표팀에서도 백지 상태에서 주전경쟁을 시작해 이제 선발 자리까지 꿰찼다. 정말 대단한 일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구단 입장에서는 그의 은퇴시기를 두고 더 많은 생각을 해야 할 것 같다. 본인의 선택이 가장 중요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차두리가 은퇴시기를 조금 더 늦춰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속마음을 내비쳤다.

차두리가 서른여섯의 나이로 내년 1월 호주아시안컵에서 55년만의 아시안컵 우승 도전에 힘을 보탤지 초미의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