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싸늘한 얼굴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첫 정상회담을 치른 후, 13일부터 중국 중학교에선 '난징대학살 피해자 추모를 위한 교과서'로 수업이 시작됐다. 양국 역사 문제를 다음 세대에까지 넘겨 장기전으로 가져가겠다는 뜻이다.
중국은 올해 처음 국가 기념일이 된 '난징대학살 추모일(12월 13일)'을 앞두고, 일제의 난징 만행을 기록한 초·중·고교 교과서를 제작해 배포했다. 초등학교 교재 이름은 '피와 불의 기억(血火記憶)', 중학교는 '역사의 진상(歷史眞相)', 고등학교는 '경고에 대한 생각(警示思考)'이다. 초등학교는 지난 9월부터 수업에 들어갔고, 고등학교는 연말쯤 시작할 예정이다. 시진핑의 중국은 침략 역사를 부정하는 일본을 공격하고 민족적 자긍심을 고취한다며 올해 '항일전쟁 승전기념일(9월 3일)'과 함께 난징대학살 추모일을 국가 기념일로 만들었다.
관영 신화통신은 14일 "현재는 난징이 있는 장쑤성의 중학교만 '역사의 진상'을 가르치고 있지만, 조만간 전국의 중학교가 이 교과서를 사용할 예정"이라며 "난징 방어 전투와 전후(戰後) 심판 등의 역사를 꼼꼼하게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중학교 교과서지만 일본군이 저지른 대학살·강간·방화 등을 사진과 함께 소개했다. 난징 외국어중학교 위웨이 주임은 "어린 학생들이 충격을 받지 않도록 교과서의 글과 사진을 신중하게 선택했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중·일 정상회담이 2년 반 만에 열렸지만, 양국은 역사·영토 문제를 놓고 계속 파열음을 내고 있다. 13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은 정상회담에 앞서 양국이 합의한 '관계 개선 4대 원칙'에 대해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밝혔다. 이 중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 관련 서로 다른 견해가 존재한다'는 문구에 대해서도 "센카쿠에 영토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이에 중국 외교부는 "불만을 표시한다"고 했다.
☞난징 대학살(南京 大虐殺)
중일전쟁 발발 후 일본군이 1937년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6주에 걸쳐 장쑤(江蘇)성 난징(南京)에서 중국군 포로와 민간인 등 30여만명을 총살·생매장하거나 불태워 학살한 사건. 난징은 근대 이전까지 세계 최대 도시이자 당시 장제스의 국민당 정부 수도였으나 이로 인해 초토화됐다. 일본은 중국군의 저항 의지를 꺾으려는 의도였으며, 민간인까지 위장한 군인으로 의심해 공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종전 후 일본군 책임자 2명이 사형됐으나 아직도 일본은 공식적으로 난징 대학살을 부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