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클로드 융커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이 지난 6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룩셈부르크의 조세 제도는 내가 만든 것이 아니다.”

장 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60)이 최근의 구설수를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룩셈부르크가 다국적 기업의 세금 탈루를 도왔고 당시 룩셈부르크 총리였던 융커 위원장이 이를 눈감았다는 의혹이 거세게 일자, 융커 총리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2일(현지시각) “융커 집행위원장이 벨기에 브뤼셀의 EU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처음으로 이번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며 “최소한의 정치적 책임은 인정했지만 조세제도에 대한 책임은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융커 위원장은 “나는 룩셈부르크의 조세제도를 설계하지 않았다”며 “룩셈부르크의 금융시스템은 철저한 익명성 기반으로 유지되고, 이 때문에 금융당국으로부터 상당히 약한 강도의 감시를 받는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내가 총리로 재임하던 시절에 이런 일들이 집중적으로 일어났다는 것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영국 외신들은 “최소한의 책임만 인정하고 나선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국은 융커 위원장의 선출에 가장 많은 불만을 표했던 반(反) 융커파의 핵심이다. 다른 외신들은 “융커 총리가 이번 구설수를 잠재우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어 정면돌파를 시도했다”는 정도로 보도했다.

융커 위원장은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8개국) 간 조세 제도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점도 인정했다. 그는 “유럽연합 내 조세제도를 일치시킬 수 있다면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취임한 융커 위원장은 그의 모국인 룩셈부르크가 다국적 기업 340여곳의 세금 탈루를 도왔다는 자료가 공개되면서 구설에 휘말렸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룩셈부르크 정부가 다국적 기업과 비밀계약을 맺고 우대세율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기업의 세금 탈루를 도왔다”며 “룩셈부르크 정부와 기업 간의 비밀계약이 융커 위원장이 총리로 재직하던 시절(1995~2013)에 이뤄졌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