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최룡해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의 부인 강경실은 1994년 군부 쿠데타를 시도했던 북한군 6군단 정치위원의 친동생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룡해와 남산중학교를 함께 다녔다는 고위 탈북자 A씨는 "당시 사건으로 관련자와 가족·친인척 모두 처형되거나 수용소로 끌려 갔지만 최룡해의 부인만은 김정일이 특별히 살려주라고 해서 살아 남았다"고 했다. A씨는 "당시 강경실이 오빠의 처형 소식을 듣고 자살까지 결심했지만 상당한 애처가인 최룡해의 적극적인 만류로 목숨을 건졌다"며 "김정일이 최룡해의 부인을 살려준 것은 최룡해에 대한 김정일의 신임이 그만큼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김정일은 1990년 최룡해의 부인과 아이를 병 치료 및 요양차 일본에 보내주는 특혜를 베풀어 주기도 했는데 그때까지 북한 간부들 중 가족들이 일본에 치료차 간 사례는 유일하게 고영희와 그 가족들뿐이었다고 한다. 쿠데타 주모자 오빠 때문에 자살까지 결심했던 강경실은 김정일에게 충성 맹세문을 써 바쳤고, 이후 남편 최룡해를 지극 정성으로 모신 것으로 알려졌다.

최룡해 노동당 비서(오른쪽)와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군복)이 지난달 4일 인천 2014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서 공연이 펼쳐지는 동안 얘기를 나누는 모습.

그런 강경실이 최근 황병서에게 밀려 좌천한 최룡해를 권력 핵심으로 복귀시키는데 큰 역할을 해 남편에게 보은(報恩)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강경실이 북한 고위층 간부 부인들의 모임을 통해 사귄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부인 리설주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 전문가인 마키노 요시히로 미 존스홉킨스대 연구원은 지난 5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최근 권력 핵심으로 복귀한 것으로 추정되는 최룡해 노동당 비서의 급부상은 최 비서의 부인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부인인 리설주의 개인적 친분에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마키노 연구원의 말에 따르면 피바다가극단 출신인 강경실은 무용수로 활동하면서 만수대예술단 소속이었던 김 제1비서의 생모 고영희와 친분을 쌓았고, 이런 배경으로 김 제1비서와 예술단 출신인 부인 리설주와도 친밀한 관계를 맺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를 활용해 최룡해의 복권을 이끌어 냈다는 것이다.

지난 5월 10일 북한 김정은이 부인 리설주와 함께 공군 지휘관들의 전투비행기술 경연대회를 관람했다고 북한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마키노 연구원은 "강경실의 두 남동생이 무역회사 간부로 고속 승진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강경실은 리설주는 물론 강석주 노동당 비서 부인과도 친하게 지내면서 고위층 부인 사이의 모임을 주도하고 있다"며, "이들이 북한의 권력구도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처가에 권력이 쏠리는 현상을 막기 위해 노력했던 김정일에 비해 김정은 시대에는 공과 사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한 대북소식통은 "평양에 고위층 자녀들이 모이는 모임이 있고 부인들끼리 따로 모이는 모임이 있다는 얘길 들었다"며 "같은 예술단 출신인 리설주와 강경실이 친하게 지내며 치맛바람을 일으키는 것 같다"고 했다.

1997년 비리와 부화방탕한 생활을 한 죄로 사업 정지·출당 조치되어 약 5년간의 혹독한 '혁명화 과정'을 겪게 된 최룡해는 당시 복귀하는데 형수의 덕을 많이 봤다고 한다. 최룡해의 형수는 뇌출혈로 병사한 최현의 맏아들 최룡택 전(前) 당 간부부 부부장의 부인인데, 당시 북한 대외연락소에서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는 최룡해가 자강도로 쫓겨가 자포자기 상태에 있을 때 "참고 견디면 다시 재기할 수 있다"며 매일 김일성 동상 청소를 하도록 조언했고 현지 당간부들에게 매일 최룡해의 동상 청소 업적을 중앙에 보도하도록 조치하는 등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최현 전 북한 인민무력부장.

또 조선혁명박물관 관장이었던 황순희를 비롯, 리을설 등 '빨치산' 출신 원로들을 찾아다니며 최룡해의 구명에 나서줄 것을 부탁했다고 한다. 그리고 남편(최룡택 전 노동당 간부부장)과 가까왔던 연형묵 당시 자강도 당책임비서에게 최룡해를 잘 도와주도록 부탁해 최룡해가 재기하는 게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최룡해는 1997년의 위기를 형수 덕에 넘겼고 최근의 위기는 부인 덕에 넘겼다는 말이 나온다"고 했다.

그러나 최룡해는 대를 이어 김씨 일가에 충성하는 북한 내 최고 충신가문의 자손으로서 김씨 가문과 운명을 함께할 수 있는 처지인데다 험난한 '혁명화 과정'도 극복한 경륜과 능력을 갖춘 인물로 인식된 것이 출세의 요인이라는 분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