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중국 베이징 외곽 옌치후(雁栖湖) 국제회의센터에서 열린 APEC 개막식에선 21개국 정상들을 위해 붉은색 융단이 깔렸다. '레드 카펫(red carpet)'은 세계적으로 정상회담이나 영화제 등 각종 공식행사에서 VIP(주요 인사)의 이동 경로를 따라 깔린다. 영어 표현 '레드카펫을 깔다(roll out the red carpet)'는 '융숭히 환대한다'는 뜻이다. 왜 '레드 카펫'이 환영의 뜻으로 사용될까.
레드 카펫의 기원은 기원전 458년 그리스 극작가 아이스킬로스가 쓴 비극 '아가멤논'에서 나왔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 비극에서 그리스의 도시국가 아르고스의 왕 아가멤논이 트로이전쟁에서 승리하고 10년 만에 귀환하자 부인은 '신의 길'을 상징하는 붉은 카펫을 깔고 그를 맞이한다.
신대륙에서 새 염료가 들어온 16세기 전까지 유럽에서 붉은색 염료는 푸른색보다 10배나 비쌌다. 붉은색 염료는 1g을 만드는 데 원료 연지벌레(kermes)가 155마리나 필요했기 때문이다. 레드 카펫은 대관식 등 왕실 행사에 주로 사용되면서 '권위'의 상징이 됐다.
레드 카펫이란 영어 단어에 '환대'의 뜻이 담긴 건 20세기 들어서다. 미국 철도회사 '뉴욕 센트럴 철도'가 1902년 특별 열차를 이용하는 승객들이 탑승할 때 붉은 카펫을 깔아준 것이 '레드 카펫 트리트먼트(정중한 대우)'란 표현의 기원으로 알려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