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화면 캡처

세월호 참사 당시 승객 구조를 하지 않은 채 가장 먼저 도주한 선장 이준석(69)씨 등 승무원 4명에게 법원이 살인죄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살인의 '고의(故意)'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법원은 검찰이 살인죄가 성립 안 될 경우 차선(次善)으로 적용해달라고 요청한 유기치사상죄(遺棄致死傷罪)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하면서 선장 이씨에게 현행법으로는 가장 무거운 징역 36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승무원들의 행위는 '사실상의 살인 행위'라고 언급하고, 검찰도 살인죄로 사형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탈리아 콩코르디아호 침몰사고를 유발한 선장에 대해 이탈리아 검찰이 징역 2697년을 구형한 것과 비교하더라도 이 사건 주범(主犯)에 대해 우리 법 체계상 최고형이 징역 36년에 불과하다는 것은 우리의 형법 형량이 너무 낮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법원 "승객에 대한 살인죄 성립 안 돼"

법원이 선장 이씨 등 4명에 대해 가장 먼저 판단한 죄명은 '부작위(不作爲)에 의한 살인죄'다. 승객 구호 임무가 있는 승무원들이 '마땅히 해야 할 구호를 하지 않아'(부작위) 결과적으로 승객들을 사망하게 한 것이 과연 살인죄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살인죄가 인정되려면 선장 등이 자신들의 도주 행위로 승객이 사망할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그런 결과를 용인(容認)했다는 게 입증되어야 한다. 하지만 재판부는 "침몰 직후부터 세월호와 진도 VTS 간에 주고받은 교신 내용과, 실제로 승객들에게는 전달되지 않았지만 선장이 항해사와 사무장에게 승객들에 대한 퇴선 지시를 한 사실이 인정되는 점, (선원 도주 당시) 해경의 구조활동이 시작된 사실 등을 감안하면 선원들이 승객 사망이라는 결과를 용인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11일 오후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세월호 선장과 선원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이준석(흰 동그라미) 선장을 비롯한 15명의 선원이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다. 이 선장은 참사 초기부터 얼굴이 공개되어 왔고 가장 큰 책임자이기 때문에 모자이크 처리하지 않았다.

재판부가 승객들에 대한 살인죄를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기관장 박모씨에게만 동료 선원에 대한 살인죄를 유죄로 인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구조 임무가 있는 박씨는 조리사 2명이 부상해 통로에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도 그대로 놔둔 채 탈출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박씨가 바로 옆자리에 굴러 떨어져 부상한 동료 2명을 그대로 둔 채 퇴선하고, 해경에게도 알리지 않은 것은 동료가 사망할 것이라는 결과를 예상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유죄 이유를 밝혔다.

◇선장의 36년형은 법정 최고형

결국 재판부가 세월호 승무원 15명에게 공통으로 적용한 혐의는 유기치사상죄다. 재판부는 "선장 등은 승객들이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는 점과 승객들의 퇴선을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해경이 구조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과 두려움 때문에 구호조치를 하지 않은 점이 유죄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선장 이씨에게 선고 가능한 법정최고형을 언도했다. 유기치사상죄의 법정형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다. 유기징역의 상한선은 30년이다. 여러 법률을 위반한 경우 가장 무거운 죄의 2분의 1까지 가중처벌할 수 있다. 선장 이씨는 유기치사상죄와 함께 업무상과실선박매몰(3년 이하 징역형)과 해양환경관리법위반(3년 이하 징역형)도 유죄가 인정돼 가장 무거운 유기치사상죄의 최고 형량(징역 30년)의 2분의 1(15년)을 가중해 처벌하면 징역 45년까지 선고 가능하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각각 죄의 최고형을 합한 형량을 넘지 못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이씨에게 내릴 수 있는 법정 최고형은 36년(30년+3년+3년)이다.

◇법원 "제때 구조했다면 생존 가능"

재판부는 "승무원들이 만약 사고 당일 9시 26분쯤 퇴선 안내방송을 하고, 피해자들을 퇴선하기 좋은 갑판으로 유도하거나 구명 뗏목 등 구호장비를 작동시키는 등 구호조치를 했다면 사망한 피해자들이 모두 구출되어 생존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세월호 침몰 사고 원인에 대해서도 검찰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합동수사본부 전문가 검토 의견, 여러 시뮬레이션 결과 등을 고려할 때 외부 충격이나 조타기 고장 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이 없다"고 밝혔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충돌설·폭침설 등을 일축한 것이다. 재판부는 선박 개조와 화물 과적으로 인한 복원성 악화, 조타 과실, 부실한 고박으로 인한 화물 이동 등의 연쇄 작용을 세월호 사고의 직접적 원인으로 꼽았다. 또 구조적 문제점을 안고 있던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 간부들의 불법행위, 불완전한 선박 운항 시스템도 사고의 원인으로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