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들이 적극적으로 가사(家事)를 도와줘야 해요. 그래야 여성들이 직장에서 성공할 수 있습니다."
중국 국영 CCTV 앵커 출신인 양란(楊瀾·46·사진) 양광(陽光)미디어 회장을 지난달 3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여성리더십포럼'에서 만났다. 그는 "동아시아에서 여성은 61%, 남성은 74%가 경제활동에 참여하는데, 육아 등을 이유로 중도에 그만두는 여성이 많아 기업 임원 비율은 10%에도 못 미친다"고 말했다.
유엔아동기금(UNICEF) 친선 대사인 그는 "유엔 여성기구(UN Women)가 최근 내놓은 보고서를 봐도 여성의 경제활동 비율이 늘수록 그 국가의 총생산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양 회장은 이른바 '경단녀(경력 단절 여성의 줄임말)' 현상에 대해 "여성들이 육아와 가사에서 자유롭기가 정 힘들다면 시간과 공간 제약을 별로 받지 않는 인터넷을 이용한 창업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했다. 또 "남성을 뛰어넘겠다는 생각보다는 매 순간 자기만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면 더 오래 일할 수 있는 것 같다"고도 했다.
"한국의 예능 프로인 '아빠 어디가'(중국판)에서 아버지가 아이들과 1박2일 여행을 가는 내용이 나옵니다. 아빠가 엄마 대신 아이들을 챙기는 거죠. 이 프로그램에서처럼 남성이 적극적으로 역할을 분담한다면 여성 직장인의 경력 단절 문제는 어렵지 않게 해결될 수 있습니다."
중국에서 시사 토크쇼 등 TV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거대 민영 미디어 그룹인 양광미디어는 '중국의 오프라 윈프리'로 불리는 양란 회장이 1999년 남편 우정(吳征)과 공동 설립한 회사다.
유엔 여성기구와 중국 경영대학원인 장강상학원(CKGSB)이 주최한 이번 '여성리더십포럼'에는 양 회장을 비롯, 중국 화장품 브랜드인 프로야(Proya)의 팡위여우(方玉友) 회장, 줄리아 브루사드 유엔 여성 국가프로그램 매니저, 제오프 윌슨 KPMG 아·태지역 최고운영책임자 등 기업인·교수·학생 300여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