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전장의 적(敵)이 아닌, 자기 집 마당에서 경찰에게 사살당한 아이작 심스의 생전 군 복무 시절.

지난 5월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 아침부터 911로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이라크전 참전 군인 출신인 아이작 심스(26)의 아버지였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고 있는 아들이 이상행동을 보이고 있으니 병원으로 옮겨달라"는 다급한 목소리였다. 심스는 아버지와 말다툼 뒤 마당에서 AK47 소총을 공중에 난사했고, 출동한 경찰을 총기로 위협하다 사살됐다. 이라크 복무 중 이상행동으로 불명예 전역당한 뒤 1년 만의 일이었다.

이 '실패한 군인'의 이야기가 '전후(戰後)의 사상자들'이라는 제목 아래 3일 미군 기관지 '성조지(Stars and Stripes)'의 특집 기획으로 시작됐다. 사기진작이 주 목적인 군 기관지가 이례적으로 치부를 대대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그만큼 지난 10년간 미국이 중동에서 벌인 대(對)테러전쟁 이후, 미국 내 PTSD가 군 차원을 넘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심스처럼 미국 내 경찰에게 사살된 참전군인만 지난 2년간 8명이다.

베트남전 참전용사 출신 아버지를 동경해온 심스는 19세에 입대해 2008년 1월 이라크에 배치됐다. 그는 상사와 동료들로부터 모범 병사로 칭찬받았고, 페이스북과 이메일로 가족에게 안부를 전했다. 2010년 여름 탄약수송 도중 타고 있던 차가 적의 폭탄 공격을 받았다. 목숨은 건졌지만 뇌진탕과 고막 손상으로 순찰 업무에서 제외됐다. 당시의 충격은 신경과민과 불면증·우울증 등으로 이어졌다. 음주운전·폭력 등으로 수차례 징계를 받은 끝에 군부적응자로 판단받아 2013년 4월 강제 전역당해 귀향했다.

심스는 어머니와 함께 예비군 치료센터를 찾아 PTSD 진단을 받았다. 걸프전·이라크전·아프가니스탄전쟁 등으로 PTSD 환자가 급증하면서 미국은 각 지역에 전문 치료센터를 만들었다. 그러나 심스는 신경쇠약·불면증·두통 약물처방을 받았을 뿐 상담 한번 받지 못했다. 약물 복용은 효과가 없었다. 차와 행인들을 향해 총질 시늉을 하거나, 면도 크림과 헤어스프레이의 가스를 흡입하는 등 증상은 더 심각해져 갔다. 숨지기 나흘 전, 심스는 입원을 위해 어머니와 예비군 병원을 찾았으나 병원 측은 "빈 병상이 한 달 뒤에나 나온다"며 돌려보냈다.

미국은 올해부터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했던 병력을 단계적으로 철수시킨다. 2016년까지 총 1만명이 넘는 군인들이 고향으로 돌아온다. 노스캐롤라이나대 연구에 따르면, PTSD 예비군 중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참전자의 범죄율은 23%로 그렇지 않은 경우(9%)보다 배 이상 높았다.

이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돌보고 치료할 시스템을 완비하지 못할 경우 미국 사회의 위협 요소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캔자스시티 법원 예비군 사건 전담 아디 블랜드 판사는 "참전 군인들의 비행을 비판하기에 앞서 이들이 처했던 상황을 먼저 생각하자. 그럼 우리 사회가 줄 수 있는 도움이 더 많을 것"이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