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오키나와, 이상학 기자] "선수가 없다".

지난 2008년부터 7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한화의 암흑기에는 언제나 이 말이 따라다녔다. 2004~2009년 6년간 무려 25장의 드래프트 지명권을 포기하며 선수 수급을 스스로 포기했고, 세대교체 실패로 이어져 암흑기를 초래했다. 주축 선수들의 은퇴와 함께 "한화에는 선수가 없다"는 말이 안팎에서 나왔다.

한화는 지난 최근 몇 년간 드래프트 지명권을 모두 쓰는 것도 모자라 신고선수까지 꾸준히 수급했고, FA 선수들도 영입하며 어느 정도 전력의 기틀을 다졌다. 그러나 여전히 주전과 비주전의 격차가 크고, 야수에 비해 투수들의 양과 질어세 자원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하지만 새롭게 한화 지휘봉을 잡은 김성근 감독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김 감독은 "외야는 물론 내야와 포수 수비가 별로다. 투수들까지 다 나쁘다"면서도 "가능성이 있다면 생각이 바뀐 것이다. 모든 것이 새로워졌다는 것 자체가 새로운 것들을 원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기대했다.

그래서 김 감독은 '선수가 없다'는 말을 싫어한다. "선수가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없으면 만들어야 한다. 승부의 세계에서 선수가 없다는 말은 곧 지는 것이다"는 것이 김 감독의 말이다. 설령 선수가 부족하더라도 하소연해서 면죄부를 만드는 것보다 어떻게든 만들고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김 감독은 아직 전략적인 구상은 하지 않고 있다. 김 감독은 "지금 선발·중간·마무리가 어디 있나. 일단 선수들부터 만들어놓고 난 뒤 전략적으로 들어가야 한다. 선수를 먼저 만드는 게 우선"이라며 "누구를 살려내고 그런 걸 떠나 여기 있는 모든 선수 개개인을 전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한화 선수들이 갖고 있는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2006년 말 SK를 맡을 당시와 지금의 한화를 비교해 달라는 질문에 김 감독은 "SK에는 투타에서 기둥들이 있었다. 한화는 야수가 몇 명 있어도 투수 쪽에 없다"면서도 "외야수들이 공 잡는 것은 SK보다 위다. SK 외야수들은 처음에 만세를 불렀지만, 한화 외야수들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감독은 "그때 SK 외야수들이 만세를 부른 건 거꾸로 볼 때 그만큼 많은 가능성을 갖고 있었고, 나중에 그게 올라온 것이다"며 "여기 한화에서도 그 가능성을 어떻게 올리느냐에 달려있다. 야구는 빨리 빨리 움직이고, 정확하게 잡고 던질 수 있어야 한다. 의식에서 변화가 오고 있기에 생각한 것보다 충분히 선수들을 이끌고 갈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없는 선수를 만들고, 부족한 선수를 키워서라도 팀 전력으로 만드는 게 감독의 임무다. 개혁을 시작한 김성근 감독이 한화에 '선수가 없는 팀'이라는 꼬리표를 떼게 할지 주목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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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