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통이 넓은 일명 '통바지'는 1970년대 빛바랜 사진 속 엄마나 이모가 즐겨 입었던 한물간 유행이었다. 최근의 대세는 다리에 껌처럼 딱 달라붙는 스키니 팬츠! 그런데 최근 통바지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느슨한 정장 바지인 '슬랙스', 남성용 바지 디자인을 차용한 '보이프렌드 진'처럼 통이 넉넉하고 풍덩한 바지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의사 역할을 맡은 배우 공효진이 통바지를 세련되게 소화하면서 관심도 급증했다.

그러나 슬프게도 통바지는 일단 마르고 다리가 길어야 어울린다. 까딱 잘못 입으면 가뜩이나 짧은 다리가 더 짧아 보이고, 통통한 하체가 튼실해 보이기 일쑤. 스타일리스트 서정은씨는 "자신감 있는 태도가 스타일을 만든다"며 "길이와 색깔, 무늬만 신경 쓰면 누구든 멋스럽게 통바지를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①단색 통바지 위에 선명한 붉은색 상의를 입었다. 소니아 by 소니아 리키엘. ②발등을 덮는 긴 바지에 통굽 구두를 신으면 다리가 길어 보인다.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 ③화려한 통바지에 화려한 상의를 더하면 발랄함이 배가 된다. 장난스러운 선글라스는 덤. 드리스 반 노튼. ④남자라면 무채색 통바지에 품이 넉넉한 상의를 입어준다. 알렉산더 왕.

키 작으면 발등을 덮어라

하체는 굵지만 허리가 가늘다면 허리선이 높게 올라간 통바지가 어울린다. 디스코 바지처럼 허리 부분에 핀턱(아주 좁게 잡은 주름)을 잡아 날씬한 허리를 강조한다. 종아리는 굵은데 허벅지가 가늘다면 허벅지 부분은 달라붙고 아래로 내려가면서 통이 넓어지는 나팔바지 스타일을 추천한다. 키가 작거나 다리가 짧은 경우엔 발등을 덮을 만큼 긴 바지를 입는 게 좋다. 거기에 통굽이 달린 앵클 부츠나 굽이 가느다랗고 높은 스틸레토 힐을 신어주면 다리가 길어 보이는 착시 효과를 노릴 수 있다. 키가 작아도 몸매 비율이 좋은 편이면 발목 위로 뎅강 올라간 9부 길이 통바지에 낡은 느낌이 나는 스니커즈 운동화나 장식 없는 매끈한 부츠가 멋스럽다.

단색 바지엔 화려한 상의를

통바지는 대개 색감이 어둡다. 이런 바지를 입으면서 상의까지 밋밋하게 입으면 심심하다. 그럴 땐 1970년대 복고풍에 맞춰 바지 색상을 선명한 청록색이나 빨강·주황·다홍으로 시도해보면 전체 옷차림에 생기가 돈다. 통바지에 무늬가 있을 땐 실루엣이 직선으로 뚝 떨어지는 재킷이나 보드라운 캐시미어 카디건 같은 걸 걸치면 좋다. 무늬가 화려하고 요란할 땐 실크 셔츠나 블라우스, 브이(v)넥 니트를 입는다. 올가을·겨울 패션쇼 무대에 오른 통바지 스타일링을 보면 바지처럼 품이 낙낙한 상의를 입은 경우가 많다. 옷의 재질이나 색깔, 무늬를 비슷한 것끼리 맞추는 '톤온톤'으로 하면 세련돼 보인다.

굽 없는 단화가 최고

통바지에 가장 잘 어울리는 신발은 굽 없는 단화다. 신경 안 쓰고 멋 부린 티가 난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서 영화 '아메리칸 허슬'의 에이미 애덤스, 영화 '미녀 삼총사'의 캐머런 디아즈를 참고하면 된다. 제인 버킨은 통바지를 가장 잘 입은 할리우드 스타였다. 최고의 배우 겸 톱모델이었지만 마음에 드는 가방이 없다며 통바지에 등나무 바구니를 들고 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