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세지감(隔世之感).

지난 9일 '신비주의'의 대명사 가수 서태지(42)가 KBS '해피투게더'에 출연했다. 10년 만의 TV 예능 나들이였다. 농담하고 웃고 떠들며 이종격투기 선수 최홍만의 성대모사까지 하는 그를 보며 MC들도 "내가 아는 그 서태지가 맞느냐"며 호들갑이었다. 서태지는 "MC인 동갑내기 유재석과 편안하게 대화하면서 서로 친해지고 싶었다"며 예능 출연 이유를 밝혔다. 그는 15일 한 종편 뉴스에도 출연해 인터뷰할 예정이다.

지난 10일엔 MBC '무한도전'이 방송 400회를 맞아 서울 상암동 신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인기 절정이었던 100회·200회·300회 때는 하지도 않던 간담회였다. 지난해 10월 '자유로 가요제' 홍보를 위해 간담회를 연 지 1년이 채 안 된 시점에서 다시 프로그램 홍보에 나선 것이다.

지난 9일 KBS 예능‘해피투게더’에 출연한 서태지(앞줄 가운데). KBS 제공

이들의 행보는 갖은 구설로 약화된 대중성 확보를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대중문화평론가 하재근씨는 "서태지나 무한도전은 한때 최고의 인기를 누리며 마니아 사이에서 신격화된 존재로 군림했지만, 최근 '끗발'이 떨어지면서 마케팅의 필요성을 느낀 것 같다"며 "정말 세월 앞에 장사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태지는 2011년 배우 이지아와의 결혼·이혼 사실, 지난 4월엔 본인 소유의 서울 논현동 빌딩 임대료 관련 소송 등이 알려지며 논란을 낳았다. 그의 컴백 소식이 들리자 환호는커녕 "돈 떨어졌느냐"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2005년 첫 방송 이후 2008년엔 시청률 30%까지 넘기며 승승장구하던 '무한도전' 역시 최근 출연진의 음주 운전, 여성 비하 논란, 잇단 편집 사고 등으로 시청률이 10% 초반까지 곤두박질치며 '폐지설'이 불거진 상태. '온라인에선 굳건하다'는 자신감에도, CJ E&M이 13일 발표한 10월 첫째 주 TV 프로그램 '뉴스 검색 순위'(8위)와 'SNS 버즈 순위'(7위)에서도 부진했다. 이 때문인지 간담회장에선 "마지막 방송 아이템은 뭐로 하고 싶으냐"와 같은 '폐지' 관련 질문도 여럿 나왔다. 김태호 PD는 "마지막은 생각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박수 칠 때 떠나고 싶다"고 대답했다.

지난 10일 담당 PD 및 출연진 전원이 참석한 첫 공식 기자간담회를 연 MBC‘ 무한도전’(왼쪽부터).

왕년의 문화 대통령과 인기 프로에 대한 반응은 미지근하다. 서태지가 출연한 '해피투게더'는 시청률이 전주 대비 3.5%(TNms 전국가구 기준) 추락했다. 시청자 게시판에도 "게스트 띄워주기 방송에 불과했다"와 같은 실망감을 표현한 댓글이 많았다. 10일 신곡 '소격동'을 발표했지만, 국내 음원 사이트 7곳의 1위는 같은 날 격돌한 신인 '악동뮤지션'이 차지했다.

11일 방송된 ‘무한도전’은 2차례에 걸친 방송 사고를 냈다. 5초가량검은 화면과 지난주 화면이 나갔고, 이어 3초가량 검은 화면과 깨진 화면이 방송됐다. 마지막 5분은 종합 편집도 안 된 편집본을 내보내 음향 효과 없는 상태로 방송됐다. 제작진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편집이 늦어지면서 빚어진 사고”라고 사과했다. 시청률은 전주 대비 1.9% 오른 12.4%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10% 초반대의 늪을 벗어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