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박정선의 티키타카] 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가 지난 12일 드디어 막을 내렸다. 여느 드라마가 그렇듯, 이 드라마 또한 급한 전개, 급한 화해 모드로 끝맺음을 그렸지만 신기한 매력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지난 4월 첫 방송된 '왔다 장보리'는 52회, 무려 6개월동안의 여정을 마쳤다. 시청률 고공행진으로 국민드라마 반열에 오른 이 작품은 마지막회마저 남달랐다. 평소보다 10분 연장돼 전파를 탔지만, 이마저도 짧게 느껴질만큼 빠른 전개로 등장인물들의 마지막을 그렸다. 특히 연민정(이유리 분)의 이야기는 '왔다 장보리'가 마지막까지 보통 드라마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거의 모든 드라마가 마지막회에서 그러하듯, '왔다 장보리' 또한 역시 급하게 등장인물 모두의 이야기를 마무리지으려는 모습이었다. 특히 주인공 장보리(오연서 분)을 중심으로 한 인물들은 빠른 전개로, 갑작스런 화해에 들어갔다. 모든 죄를 고백하고 비술채를 떠난 인화(김혜옥 분)는 결국 남편 수봉(안내상 분)과 화해했다. 비단이를 싫어하던 화연(금보라 분) 또한 미워할 수 없는 아이인 비단이의 진짜 할머니가 됐다. 가을(한승연 분)은 강유천(건일 분)과 러므보드에 들어갔다.

특히 장보리는 모든 것을 얻었다. 시댁에서는 사랑받는 며느리, 비술채에서는 침선 제자로 즐거운 나날을 보냈다. 비단이(김지영 분), 이재화(김지훈 분)와의 관계도 행복했으며 마지막에는 입덧을 하며 임신하는 모습까지 등장했다.

여기까지였다면 '왔다 장보리'는 그렇고 그런 결말이었다. 그러나 다른 드라마들과의 차별화는 역시 연민정(이유리 분)의 이야기에서 확실해졌다. 연민정의 최후는 물론 권선징악이었으나, 희대의 악녀인 그가 갑작스레 뉘우친다거나 새로운 사람이 되지는 않았다. 연민정 특유의 성격은 남아있으나 그 대신 자신이 한 악행 그대로 되돌려받는 전개가 펼쳐졌다.

국밥집 딸이 싫어 친어머니 도혜옥(황영희 분)도 버렸던 연민정은 결국은 다시 국밥집 딸이 됐다. 자신을 대신해 국밥집에서 일을 하며 구박을 받았던 장보리처럼, 이제 사고 후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어머니 밑에서 연민정은 구박받으며 살았다. 그토록 바랐던 전 남편 이재희(오창석 분)와의 마지막 또한 해피엔딩은 아니었다. 이재희는 국밥집 딸이 된 연민정을 다시 찾아왔지만, 그 뿐이었을 뿐 이들이 다시 사랑의 감정을 나누지는 않았다.

또한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고, 정신마저 나가버린 어머니 밑에서 연민정은 그를 극진히 돌봤다. 그런 연민정의 모습은 여러 시청자들을 울리기 충분했다. 뽀글뽀글 퍼머머리를 하고 "어머니가 보리만 찾기에 예전 보리 머리를 해봤다"고 말하는 연민정의 모습에선 짠한 동정심마저 일었다.

마지막회에 보너스처럼 등장한 코믹 장면들도 '왔다 장보리'의 끝을 남다르게 만들었다. 물론 이 또한 연민정을 중심으로 일어났다. '왔다 장보리'를 집필한 김순옥 작가의 '아내의 유혹' 패러디는 특히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다. 문지상(성혁 분)의 새로운 연인으로 얼굴에 점을 찍은 여인은 '아내의 유혹' 속에서 복수를 위해 점을 찍고 나타난 민소희를 떠올리게 했다. 이 뿐 아니었다. 도혜옥이 나지막히 "민정아"라고 부른 뒤, 사실 알고보니 이는 동네 개 이름이었다는 장면 또한 '왔다 장보리'의 유쾌하지만 감동이 있는 마지막회를 이끌었다.

이처럼 '왔다 장보리'는 그렇고 그런 드라마에서 벗어나 끝까지 흥미로운 결말을 선보였다. 이 같은 유쾌한 마무리는, '왔다 장보리'는 떠났지만 이 드라마가 쉽게 잊힐 수 없는 이유다.

한편, 오는 18일부터는 '왔다 장보리' 후속으로 '장미빛 연인들'이 전파를 탈 예정이다.

[mewolong@osen.co.kr]

'왔다 장보리'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