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대북 전단(삐라)을 실은 풍선에 대공(對空)기관총 사격을 가한 바로 다음 날인 11일 국방위원회 명의로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전통문을 보내 우리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저지하는 '전단 격멸 (기구 소멸 전투) 작전'이 시작됐음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대북 전단에 대해 '격멸 작전' 개시를 밝힌 것은 처음이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12일 "북한 국방위원회가 전단 풍선 사격으로 경기도 연천에서 남북 간 총격전이 벌어진 이튿날인 11일 우리 청와대 국가안보실 앞으로 전통문을 보내왔다"며 "민간단체의 10일 전단 살포에 대해 항의하고 앞으로 전단 살포를 적극적으로 저지할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북한이 전통문에서 '전단 격멸 작전'의 방식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정부는 북한이 이 같은 내용의 전통문을 보내온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10월 말~11월 초로 예정된 남북 고위급 접촉을 앞두고 더 이상 관계를 경색시키지는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한은 또 12일에는 '남북 고위급 접촉 북측 대표단 대변인 담화'를 통해 "(전단 살포를 계속할 경우) 더 강도 높은 섬멸적인 물리적 타격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아군 부대들은 인간쓰레기들의 삐라 살포를 파탄시키기 위한 기구 소멸 전투에 진입했다"고 했다.
정부 당국은 북한이 그동안 협박해온 '(풍선을 날린) 원점(原點) 초토화'는 충격과 파장이 너무 클 것이기 때문에 10일처럼 북측으로 날아온 풍선에 대해 대공기관총이나 대공포로 사격을 하는 방식을 취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 10일 남북 간 총격전이 발생한 연천 지역뿐 아니라 또 다른 민간단체가 전단 풍선을 띄운 오두산 통일전망대 인근 북한 지역에서도 총성이 잇따라 들려 북한군이 풍선을 향해 사격을 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전통문 발송 사실 등을 12일 오후까지 공개하지 않고 대화 여지를 남겨둔 것을 감안하면 아직까지 남북 대화와 협력의 판을 완전히 깨려는 의도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