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가 발주한 고속도로의 터널 공사 과정에서 터널 붕괴를 막는 락볼트(rock bolt)를 설계보다 수천개에서 수만개씩 적게 넣어 시공한 뒤 수억~10여억원씩 공사 대금을 빼먹은 건설사 직원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세월호 사고 이후 안전 문제에 대한 국민적 각성이 커졌지만, 이들의 범죄 행위는 세월호 사고 이후에도 계속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문홍성)는 개당 2만원 안팎인 락볼트를 설계 수량보다 훨씬 적게 넣어 시공하고 공사 대금을 과다 청구한 혐의(특정경제범죄처벌법상 사기 등)로 선산토건 현장소장 이모(56)씨 등 3명을 구속 기소하고, 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9일 밝혔다. 이씨는 고속도로 영동~옥천 1공구 구간에서 락볼트와 기타 비용을 과다 청구해 15억6550만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계룡건설산업 현장소장 신모(55)씨는 같은 구간 터널에 락볼트 설계수량 4만6197개의 절반이 넘는 2만4824개를 넣지 않고 시공한 뒤 시공비 등 16억1350여만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또 락볼트 수량 등이 기재된 거래명세표와 세금계산서 등을 위조해 도로공사에 제출한 혐의로 동부건설 현장소장 김모(48)씨 등 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번에 적발된 12개 기업 중에는 대우건설, 삼성물산, 동부건설 등 대기업도 포함돼 있다.
검찰이 도로공사가 발주해 2010년 이후 착공한 121개의 터널에 대한 전수 조사를 한 결과, 전체 터널의 64%에 달하는 78개 터널에서 락볼트가 설계 수량보다 적게 시공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에는 락볼트의 수량이 당초 설계보다 최대 70%나 적게 시공된 공구도 3곳이나 있었다. 일부 회사는 이런 부실 시공을 감추려고 세월호 사고 이후에도 관련 서류를 위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락볼트(Rock Bolt)
터널 지반(地盤)에 대한 보강 자재 중 하나로 터널 굴착 과정에서 암반에 삽입해 터널 암반이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는 자재. 1초 만에 굳는 특수 콘크리트인 숏크리트 등과 함께 사용돼 터널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핵심 자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