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학교, 직장, 군대 심지어 사이버 공간에 이르기까지 사회 안팎으로 언어폭력으로 인한 피해사례가 매년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발생하는 대형 사건·사고도 심각한 언어폭력이 그 원인으로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책은 속수무책이다.
칼보다 무서운 게 말이다. 욕설, 협박 따위의 말로써 상대방으로 하여금 두려움이나 공포심을 들게 하는 행위는 언어폭력으로 폭력에 해당한다.
말 한마디로 사람을 밸 수도 있다는 의미는 물리적으로 신체 가격 하는 것만이 폭력이 아니라는 얘기다. 의도적이든 아니든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마음에 깊은 상처가 된다면 이는 곧 폭력이다. 지난 2012년 서울 도심 한복판, 흉기를 한 남성이 옛 직장동료였던 여성 2명과 남성 2명을 수차례 칼로 찌르는 끔찍한 이 사건은 ‘여의도 칼부림’ 사건으로 세간에 큰 충격을 줬다.
경찰에 따르면 용의자인 이 남성은 직장동료들이 자신을 험담 등 언어폭력에 시달렸다며 이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또 지난 4일 서울시의회 사무처 박모 행정자치 수석전문위원이 같은 사무실 여직원을 상대로 "XX년, 한번 줄래", "내 물건은 수도꼭지 기능밖에 못 한다" 등 충격적인 성희롱과 인권침해 발언을 했던 사실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박 위원은 직원이 휴가를 쓴다는 이유로 "어떤X새끼가 월요일 화요일에 휴가 쓴다고 했어? X 쌍놈의 새끼 미친거야? 너 키가 몇이야? 키도 작은놈이 똥배도 나오고 확 배를 갈라버려 X새끼"라며 욕설과 폭언 등을 서슴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또 지난해 4월 전남 담양군에서는 직장 내 언어폭력과 따돌림을 견디지 못하고 30대 여성 공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한편, 질풍노도시기인 청소년들에게 언어폭력은 특히 깊은 상처가 되기도 한다.
지난해 3월 학교에서 집단 괴롭힘과 폭언에 시달려온 10대 남학생이 23층 높이 아파트에서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 조사에서 숨진 남학생이 남긴 유서 등에서 자신을 괴롭힌 가해 학생들의 이름과 괴롭힘을 당해온 내용들이 자세히 나옴에 따라 폭언, 폭행, 집단 따돌림이 자살로까지 몰고 간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지난 2012년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투신자살 한 여고생은 10여명의 친구들로부터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 욕설 등의 언어폭력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가 최근 전국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 456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4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 피해유형을 살펴보면 언어폭력이 34.6%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으며 집단따돌림(17.%), 폭행(11.5%) 등이 언어폭력과 함께 뒤를 이어 이에 대한 예방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군대 내에서도 언어폭력은 여전히 심각한 상태다.
지난달 광주 자택에서 목을 매 자살한 육군 제1군수지원사령부 예하 부대 소속 강모(22) 상병은 선임병으로부터 욕설 등의 언어폭력을 지속적으로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육군 헌병대의 수사결과에 따르면 강상병은 “선임병이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폭언을 하면서 너무 괴롭힌다. 죽고 싶다.”는 내용의 일기장을 남긴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최근 군부대 내에서 발생하는 언어폭력은 자살이나 총기난사로 등 대형사고로 이어지며 고질적인 병영문화의 병폐들이 결국 언어폭력으로부터 시작되는 사례들을 적지 않음이 확인된 샘이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17명이 군에서 사망했으며 이중 자살이 79명, 그중 약 70%의 군 사고가 자살이라는 불명예를 기록하고 있으며,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장병들 대부분이 부내 내 따돌림과 선임의 폭언(언어폭력), 폭행, 가혹행위 등에 시달렸던 것이 조사결과 드러난 상태다.
가정 내의 폭언도 심각한 불화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7일 강원 춘천시 온의동 인근 도로에 세워져 있던 우모(53)씨의 택시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운전석에 있던 우씨가 불에 타 숨졌고, 경찰의 조사에서 아내와 말다툼 끝에 벌인 우발적인 사고로 차량에 불을 질러 스스로 목숨을 끊은 비관 자살인 것으로 조사결과 드러났다. 이 또한 언어폭력이 시작이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지난 7월 연예계 대표 잉꼬부부로 알려졌던 서세원, 서정희 부부의 가정 언어폭력이 공개되면서 다시한번 충격을 주고 있다. 이들 부부 문제를 다루던 모 방송에서 부인 서정희씨는 “(서세원)화가 나면 절제하기 힘든 감정기복이 있었다."며 "말다툼을 하면 언어폭행이 심하게 일어났다”라고 밝혔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이혼건수는 총 11만5300건으로 전년 대비 0.9%(1000건)가 증가하는 등 매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또 조이혼율을 살펴보면 인구 1000명당 2.3쌍이 했으며 유배우 이혼율은 인구 1000명당 4.7명을 기록했다.
이중 폭언 등의 언어폭력과 폭행은 전체 이혼율의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이는 가족해체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한편, 사이버 언어폭력도 이미 사회적 문제로 깊게 자리하고 있다.
익명이 보장되는 가상의 공간에서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악성 댓글 등 주로 SNS나 카카오톡 메시지 등으로 욕설을 하거나 인격모독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이버 폭력 역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10대 청소년들 사이에 스마트폰 사용이 늘어나면서 SNS나 메시지 단체공간을 이용해 집단따돌림이나 욕설, 비방, 조롱 등이 다수가 이용하는 공간인 온라인 사이트에서 언어폭력은 그야말로 속수무책인 상태다.
이에 정부는 지난 3월4일 제6차 학교폭력대책위원회를 통해 사이버 폭력이나 언어폭력도 물리적 폭력 행사와 동일한 수준으로 엄중하게 문책할 수 있는 추진계획을 심의하며 뒤늦은 언어폭력에 대한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실제 언어폭력은 모욕죄로 「형법」이나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에 해당되며 형법 311조에 의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전문가들은 언어폭력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피해자 스스로가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음을 거듭 지적했다.
법무법인 저스티스 황윤상 변호사는 언어폭력의 적용 범위에 대해“소위 ‘갈군다’라고 해 귀찮게 하는 정도로는 사실상 언어폭력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모욕적인 욕설이라던가 모욕적인 언사를 사용해 수치심을 유발했다는 구체적인 사실의 입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특히 외부의 전파 가능성이 있어야한다”며 “아이러니 하게도 단둘이 있는 상황에서의 언어폭력과 공공연하게 여럿이 있는 상황에서의 언어폭력은 외부 전파 가능성의 여부 또한 모욕죄 성립을 판가름하는 중요 요소가 된다.”며 “이 같은 언어폭력의 피해를 입을 시 직장이라면 상부나 학교라면 선생님이나 친구, 군대라면 동기 등 주위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