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극지연구소 안인영(58) 박사가 한국 최초로 남극과학기지의 여성 월동(越冬) 대장이 됐다. 오는 11월 16명의 대원을 이끌고 킹조지섬의 남극세종과학기지로 출국, 내년 말까지 13개월간 연구 활동을 한다.
'월동 연구'는 남극에서 1년 이상 거주하며 기후·생태·지질 등을 연구하는 활동을 뜻한다. 남극의 여름인 11~2월에 단기 연구를 다녀오는 여성 연구원은 많다. 하지만 1988년 남극세종기지 설립 이래 27번의 월동대 파견에서 여성 대원은 2명뿐이고, 대장 20명은 모두 남성이었다. 남극의 겨울은 영하 25도의 혹한과 눈보라를 동반한 돌풍인 블리자드(blizzard)가 몰아치는데, 대원들은 생물·자원 채취 등 야외 활동도 많이 해야 한다. 이 때문에 40개 남극 월동 기지 가운데 여성이 대장을 맡았던 나라도 미국과 독일 정도다.
안 박사는 서울대 해양학과를 나와 뉴욕주립대에서 해양학 박사 학위를 받은 생물학자다.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했지만 취직이 어려워 1년가량 '취업 준비생'으로 보냈다. 그러다가 해양과학기술원으로부터 '남극에도 가끔 가야 하는 일'이라는 설명과 함께 취업 제안을 받고 남극기지 연구원이 됐다. 그동안 하계 연구원으로 12번이나 남극을 다녀왔고, 17년간 남극 활동 50개국의 연합체인 남극조약협의당사국회의(ATCM) 환경보호위원회 정부 대표를 지냈다.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부회장으로도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