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대표적인 5성급 호텔이자 '세계 정상(頂上)들의 호텔'로 불리는 '월도프 아스토리아〈사진〉'가 중국 보험회사에 팔렸다. 호텔 체인인 힐튼그룹은 맨해튼 파크애비뉴의 49가와 50가 사이에 위치한 이 호텔을 19억5000만달러(약 2조원)에 매각하기로 중국 안방(安邦)보험그룹과 계약했다고 6일 밝혔다. 매각 금액은 역대 호텔 M&A(인수·합병) 사상 최고액이다. 종전 기록은 지난 5월 사모펀드 블랙스톤이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호텔인 코스모폴리탄 인수에 쓴 17억3000만달러였다.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은 유엔총회에 참석하는 각국 정상들의 단골 숙소다. 지난달 총회 때도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이 이 호텔에 묵었다. 영화 '세렌디피티'(2001년)와 '여인의 향기'(1992년)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뉴욕시는 1993년 이 호텔을 공식 랜드마크(기념물)로 지정했다.
이 호텔의 역사는 18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백만장자인 윌리엄 아스토르가 뉴욕의 명물인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자리에 세운 13층짜리 월도프 호텔이 전신이다. 4년 후 아스토르의 사촌동생인 존 제이콥 아스토르가 바로 옆에 세운 17층짜리 아스토리아 호텔과 합쳐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이 됐다. 이후 1931년 현재 위치로 옮겨져 47층 1413개 객실을 갖춘 럭셔리 호텔로 재탄생했다.
힐튼그룹은 매각 후에도 100년간 이 호텔을 위탁 경영하기로 했다. 매각 자금은 신규 호텔을 건립하고 다른 호텔을 인수하는 데 쓸 계획이다.
새 주인이 된 안방보험그룹은 자산 7000억위안(약 121조원)의 대형 보험사다. 주식·채권에 집중됐던 자산 구조의 다변화를 꾀하다가 수익이 안정적인 이 호텔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보험사들은 해외 부동산 투자가 허용된 2012년부터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세계 부동산 시장의 '큰손'으로 등장했다. 중국 핑안(平安)보험은 지난해 5월 세계 최대 재보험회사인 로이즈의 런던 본사 건물을 2억6000만파운드(약 4450억원)에 인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