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연일 공자(孔子)를 칭송하며 '공자 부활시키기'에 앞장서고 있다.
시 주석은 28일 공자 탄생일을 맞아 "공자학원은 세계의 것"이라며 "중국 정부는 이전처럼 공자학원의 발전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자학원은 중국 정부가 중국어와 중국 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해외에 설립한 교육기관으로, 2004년 이후 123개국에 465개가 세워졌다. 그는 공자학원이 "중국과 각국 인민의 우정 증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시 주석은 지난 24일 베이징에서 열린 공자 탄생 2565주년 기념식에도 직접 참석했다. 중국 최고 지도자로선 처음이다. 시 주석은 "인류가 직면한 난제를 해결하는 데 공자의 유학 사상이 도움이 될 수 있다"며 "공자의 평화 사상은 국제관계를 처리하는 중국의 기본 이념"이라고 했다.
그는 작년 11월 공자의 고향인 산둥성 취푸(曲阜)를 방문한 데 이어, 지난 5월에는 베이징대에서 유학의 대가인 탕이제(湯一介) 중화공자학회 회장을 만났다. 공자의 논어(論語)는 시 주석이 해외 순방 때 단골로 인용하는 메뉴가 됐다. 지난 13일 타지키스탄에선 '인자요산(仁者樂山·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 지난 7월 방한 때는 '무신불립(無信不立·믿음이 없다면 설 수 없다)'이란 구절을 각각 언급했다.
중국에서 공자는 마오쩌둥(毛澤東) 시절 문화혁명(1966~1976년) 때 완전히 죽었다. 당시 극좌파와 홍위병은 공자를 반(反)개혁·봉건 세력의 대표로 규정하고 철저히 파괴했다. '비공(批孔) 운동'이란 이름으로 공자의 무덤을 파헤치고 전국의 공자 사당을 불태웠다. 공자가 다시 숨 쉬기 시작한 것은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이 성과를 거둔 이후다.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은 2000년대 중반 취푸의 공자 묘를 크게 복원했다. 2011년에는 베이징 톈안먼(天安門) 광장 인근에 높이 9.5m 대형 공자상을 세우기도 했다. 이 공자상은 100여일 만에 베이징 국가박물관으로 옮겨졌다. 공산당 통치 수십년간 쌓여온 공자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시 주석이 이런 공자를 부활시키려는 것은 중국의 대외적 굴기(崛起·우뚝 섬)와 함께 공자의 '효용 가치'가 달라졌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중화 민족은 침략 유전자가 없다"는 시 주석의 말처럼 공자의 인애(仁愛) 사상은 중국 굴기에 대한 주변의 우려를 누그러뜨리는 데 도움이 된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공자의 '화이부동(和而不同·남과 어울리되 자신의 원칙을 잃지 않는다)'은 중국이 원하는 새로운 국제 질서"라고 했다.
국내적으로도 유교의 충(忠) 사상은 공산당 일당독재를 뒷받침하는 데 유용하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