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교 교실에서는 ‘선생님’이라는 말보다는 ‘샘’이라는 말이 무성하다. 나를 부르는 소리는 ‘영어 선생님’이 아니라 ‘영어샘’이다. 이젠 ‘샘’이 아니라 장난기 있는 소리로 ‘쌤’이라고 부르는 학생들도 늘어나고 있다. 시간이 좀 지나자 교사들끼리 ‘샘’이라고 부르더니, 학교의 메신저와 알림장에도 ‘샘’이 등장한다. 국어사전을 여기저기 찾아보았다. ‘샘’의 본래 의미는 매우 많다. ‘샘물’ ‘근원이 되는 원천’ ‘시기’ 등이다. ‘샘’이 ‘선생님’의 준말이라는 설명은 어디에도 없다. 그러면 왜 ‘선생님’이 ‘샘’이 되었을까? 인터넷 통신의 영향이다. 경제적, 공간적으로 시간을 줄이겠다는 통신 언어의 남발이다. 물론 ‘샘’이라고 부르는 데에 장점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교사와 학생 사이가 스스럼없이 되고, 사제지간이 친근해진다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말 그럴까? 이 주장들에는 많은 모순이 내재해 있다. 교실의 모습은 예전보다 점점 더 질서를 잃어가는 상황이다. 학생들이 언제든지 거리낌 없이 교사를 찾아와서 상담도 하고 질문도 하는 관계가 필요하다. 그런데 ‘선생님’을 ‘샘’이라고 부름으로써 그런 친밀한 관계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학부모와 학생들이 교사를 존중하는 자세와 태도가 예전보다 나아졌다고 주장할 아무런 근거가 없다. ‘선생님’이 ‘샘’이라고 불리는 지금이 오히려 교사가 학생을 지도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학생과 교사가 학교에서 말하는 언어의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아직도 대부분 학생들은 교사를 존경하고 있고, 선생님들의 가르침에 순종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몇몇 사람들이 재미 삼아 말하기 시작한 말 한마디로 인해서 학교 전체의 아름다운 모습이 어두워져서는 안 될 것이다. 예전에 어찌 감히 선생님을 샘이라고 부른 적이 있었던가? ‘공부의 기쁨을 일깨워 주신 선생님들’ ‘어려울 때 삶의 용기를 주신 선생님들’ ‘삶의 지혜를 일러주신 선생님들’, 그분들을 우리가 ‘샘’이라고 부른 적이 없었다. 단지 편리성만을 위해서 선생님이라는 말을 버려서는 안 된다. 샘이라는 말은 선생님을 격상시키는 말이 아니라 오히려 선생님을 업신여기고 멸시하는 세속의 언어다. 학교 울타리 안에서 샘이라는 말은 없어져야 한다. 선생님과 학생의 아름다운 사연들도 계속 이어져야 한다. ‘선생님’이라는 말은 고귀하고 아름다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