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3대 국제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무디스가 브라질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 3월에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강등했다.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공공 부채 부담이 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증권사들은 브라질 채권에 대해 표면금리가 10~11%이고 비과세 혜택이 있어 여전히 투자 매력이 높은 상품이라고 추천하고 있지만, 거액을 투자한 사람들은 계속 보유해도 좋을지 고민하고 있다.
◇올해 성적표
브라질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최근 11%대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13%를 넘었지만 3월부터는 조금씩 하락하고 있다. 작년에는 브라질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수차례 인상했지만 올해는 5월에 11%로 동결한 뒤 조정을 하지 않고 있다.
미 달러화에 대한 브라질 헤알화 환율도 작년에 비해 안정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국내 투자자가 브라질 국채에 투자하려면 원화를 달러로, 달러를 다시 헤알화로 두 번 환전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달러 대비 헤알화 가치와 원화 대비 헤알화 가치가 올라가면 그만큼 수익률이 높아진다. 달러화 대비 헤알화 환율은 작년 한 해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으로 15%나 상승(헤알화 약세)했지만 올 들어서는 작년보다 낮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올해 브라질 국채에는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KDB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6개 대형 증권사에서는 올해 브라질 채권을 1조원 이상 판매했다. 1분기에 비해 2분기 판매금액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최근 분위기
요즘 브라질 채권 투자자들은 다음 달 열리는 대통령 선거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에 주목하고 있다. 두 이벤트 모두 브라질 헤알화 환율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선 결과는 아직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금융시장에서는 지우마 호세프 현 대통령의 재선보다는 집권당 교체를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현 대통령은 지난 2010년 취임한 뒤 사상 첫 여성 대통령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집권 이후 성장률이 계속 하락하고 월드컵에 지나치게 많은 돈을 투자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차기 정부는 정책 목표를 빈부 격차 축소보다는 경제 활성화와 투자 확대 등 시장 친화적인 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시장에 풀어놨던 자금을 언제 다시 거둬들일지 여부도 투자자들에게는 중요한 변수다. 작년 5월 벤 버냉키 전(前) 연준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를 언급하기만 했는데도 헤알화 환율이 크게 출렁인 적이 있기 때문이다.
◇투자 전략
전문가들은 대부분 장기 보유를 권한다. 김주형 신한금융투자 PB팀장은 "환율이나 금리 등을 감안해도 여유자금으로 최소 8~9%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해외 채권 상품"이라면서 "요즘에는 적립식 펀드에 가입하듯이 매달 몇천만원씩 꾸준히 매수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렇게 장기 분산 투자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다른 해외 채권과 달리 비과세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점도 고액 자산가들에게 큰 매력이다. 한국과 브라질 간 조세협약에 따라 브라질 국채에 투자하면 이자소득세, 매매 차익 등 투자 수익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다만 새롭게 투자하려면 대선 결과가 나오는 10월 이후가 적당하다고 조언했다. 공동락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10월에 브라질 대선과 미국 테이퍼링 종료라는 중요한 이벤트가 겹치기 때문에 이후 헤알화 환율 흐름을 보고 신규 투자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브라질 경제지표가 개선되기 전까지는 투자를 보류하라는 의견도 있다. 신동준 하나대투증권 자산전략실 이사는 "지금 브라질 경제지표가 대부분 안 좋게 나오는데도 11% 국채 수익률을 보고 새로 투자하는 것보다는, 국채 수익률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경제지표가 조금이라도 개선된 것을 확인한 다음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