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칼 세이건,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할리우드 스타 스칼릿 조핸슨…. 이 유명 인사들의 공통점은 유대인, 그중에서도 전 세계 유대인의 80%를 차지해 주류(主流)로 꼽히는 아슈케나지(동유럽계) 유대인이라는 것이다.
현재 미국 대법원 대법관 9명 중 루스베이더 긴즈버그 등 3명이 아슈케나지 유대인일 정도로 미국 사회 곳곳에서 주류로 자리 잡았다. 유대인의 기원은 중동이지만, 아슈케나지 유대인의 외모는 다른 백인들과 차이점이 거의 없다. 따라서 탈무드를 정독하거나 유월절을 쇠는 등 자신들의 '정체성'을 드러내지 않는 한 미국인 중에서 겉모습으로 유대인을 구별하는 것은 아주 힘들다. 이 때문에 유대인들이 수 세기에 걸쳐 유럽·미국 사회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상당 부분 현지인들과 동화되며 '중동 핏줄'이 많이 희석됐을 것이라는 추측이 많았다.
이런 추측이 맞는지 규명하기 위해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의대 유전학과의 댄 아브람 박사 등 과학자 32명이 참여한 연구 결과가 9일 과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실렸다. 연구진은 건강한 아슈케나지 유대인 128명의 염기서열을 다른 인종들과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이들의 유전자의 50~54%는 중동 지역에서 기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유전자는 벨기에 북부 플라망 지역민들의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아슈케나지 유대인의 초창기 집단은 유럽·중동 인종의 피가 섞인 250~420여명이 이룬 공동체가 시초"라고 결론 내렸다. 연구진은 "조사 대상자 핏줄의 반(半)을 이루는 벨기에 선조들도 2만년 전 지금 중동인들과 같은 조상에서 분리됐다"고 덧붙였다. 넓게 본다면 '중동 핏줄'이 훨씬 진하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