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 멋쟁이 남성들 사이에 화제가 된 셔츠가 있다. 일명 '원피스 칼라 셔츠(one-piece collar shirt)'다. '싱글 셔츠' 혹은 '캠프 셔츠'라고도 부른다. 일반 셔츠는 목 주위를 두르는 '밴드'라는 천 조각을 몸판 옷감과 이어붙이고, 이 밴드에 옷깃을 다시 붙이는 방식으로 칼라를 만든다. 원피스 칼라 셔츠는 밴드 없이 옷깃 천을 몸판에 바로 붙인다. 그러니까 일반 셔츠는 두 장의 옷감으로 칼라가 구성되는 반면 원피스 칼라 셔츠는 한 장(one-piece)의 천 조각이 통으로 칼라가 된다.
패션스타일리스트 최유림씨는 "예전부터 유럽에서 봄여름 멋쟁이들에게 사랑받아 왔다"며 "영화 007 시리즈를 보면 제임스 본드로 출연한 숀 코너리나 피어스 브로스넌이 바닷가 리조트에서 이 셔츠로 편안하면서도 격식을 차린 모습을 연출한 장면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남성들이 이 셔츠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넥타이를 매지 않으면서도 멋을 낼 수 있다는 매력 때문이다. '노타이'를 허용하는 대기업이 늘어나는 등 비즈니스 복장의 캐주얼화 트렌드와 맞물린다. 맞춤 셔츠 브랜드 '스테디스테이트'의 안은진 대표는 "넥타이를 매지 않고 출근해도 되는 회사가 일반화되면서 국내에서도 원피스 칼라 셔츠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맞춤 셔츠 브랜드 '고쉐'의 이희종 대표는 "재작년 원피스 칼라 셔츠를 내놨는데 올 들어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 셔츠는 넥타이를 매는 것을 전제로 디자인하지만 원피스 칼라 셔츠는 타이를 매지 않고 입는 게 기본이다. 그래서 맨 위 단추가 달려 있지 않거나 있더라도 채우지 않도록 제작된다. 안은진 대표는 "칼라가 몸판과 바로 이어지는 데다 뒤쪽으로 보강 처리가 돼 있어서 단추를 2~3개, 아니면 그 이상 풀어도 칼라가 주저앉지 않고 빳빳이 서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밴드와 이어지는 부분이 없기 때문에 칼라가 날카롭게 꺾이기보단 부드럽게 휘어진다. 덕분에 훨씬 우아한 연출이 가능하다.
여유 있고 자연스러운 멋이 매력인 셔츠인 만큼 너무 격식 있는 슈트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울이나 캐시미어 등 고가의 원단보다는 면 소재 캐주얼한 슈트와 함께 입어야 멋스럽다. 최근 유행하는 몸에 꼭 맞는 바지나 재킷보다는 약간 품이 넉넉한 옷들과 궁합이 더 좋다. 이희종 대표는 "나이도 최소 30대 중반을 넘어 경제적·사회적·정서적으로 여유 있어 보이길 원하는 남성들이 입으면 만족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