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혜린의 스타라떼] 가요대상, 신인상, 음악방송 1위 트로피를 받고 싶다던 가수들의 목표가 '음원차트 1위'로 바뀌고 있다.

아이돌 그룹의 득세로 음반, 음악방송, 연말시상식이 '그들만의 리그'로 인식되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음원차트가 가수의 '진정한' 인기 척도로 인정받고 있는 것. 다양한 연령층의 일반 대중이 이용하는 음원사이트에서 1위를 한다는 것은 단순히 팬클럽의 덕도 아니고 기획사의 입김 덕도 덜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상태다.

사실 음원 수익 만으로는 크게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닌 상태. 1년에 한두곡 탄생하는 엄청난 대박곡이 아니고서야 10억원대 수익이 어렵다. 1년에 한 곡도 없을 수도 있다. 다만 부가가치가 높다. 음원 순위가 행사 섭외에 영향을 미치고, 해외 팬들도 많이 보는 음악방송 1위 선정 기준에 포함되는 것. 한번 음원 파워가 입증되면 이후 곡들에 대한 '클릭'도 어느 정도 담보받을 수 있다.

그렇다보니 음원 순위를 어떻게 높이느냐가 가요계 가장 큰 고민 중 하나가 될 수밖에 없는 상태. 한때 음원 사재기 의혹이 불거지긴 했지만, 이 역시 완벽한 방법은 아니라는 게 가요계 전언이다. 대량 서버를 동원해 스트리밍 횟수를 높이게 해준다는 브로커들이 가요계 여러 기획사를 전전하며 미팅을 가지긴 했지만 대다수는 '능력 없음'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한 가요관계자는 "수백만원을 주고 해보긴 했다. 그러나 잠깐 상승세를 보이다가 바로 떨어져버리더라. 지속적인 순위 상승에는 아무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물론 한번 탄력을 받은 곡에 대해서는 보다 더 순위를 높이고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시키는 역할 정도는 해낼 수 있다. 그러나 아주 효과적으로 보긴 어렵다. 한 대형기획사 관계자는 "100위권 곡들이라면 적은 돈으로도 몇십위 올릴 수 있다. 그러나 10위권의 곡들은 순위를 움직이는 데에 더 큰 돈이 든다. 물론 브로커가 계약을 '트기' 위해 인기가수를 더 싸게 해줄 수도 있겠지만, 대중이 움직여주지 않으면 사재기만으론 어렵다는 데에 가요계가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보니 합법적으로 매달릴 방법은 음원사이트 '추천'이다. 음원사이트가 10위권 곡을 메인페이지에 노출시키면서 함께 노출시켜주는 추천곡이 일종의 광고 역할을 하는 것. 플랫폼일 뿐인 음원사이트가 콘텐츠를 가진 기획사를 상대로 '갑' 역할을 할 수 있는 건 바로 이 추천제 덕분이다. 각 기획사는 음원사이트를 상대하는 관리팀을 따로 꾸려 방송국 PD, 언론사 기자만큼이나 공을 들이고 있는 중이다. 음원사이트가 언제 추천을 줄 수 있느냐에 따라 컴백일을 바꾸고, '언제 밀어줄 수 있다'는 약속에 따라 데뷔까지 미루는 게 최근 가요계 경향이다.

물론 추천만으로는 어렵다. 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직접 스트리밍을 하는 것. 자신의 휴대폰에 틀어놓은 노래가 실제 순위에 영향을 주기를 간절히 바라며 일명 '스밍 돌리기'를 한다. 팬들 사이에선 '우리 오빠들 순위가 올라갈 수 있게 늘 음악을 틀어놓자'는 캠페인이 다수 일어난다. 기획사에서도 '만에 하나'를 위해 이에 동참한다. 매니저들이 모인 자리에선 각자 자신의 신곡을 무음으로 틀어놓고 스트리밍하고 있는 광경이 흔하다.

과연 효과가 있을까 싶지만 무시할 수도 없다. 팬들의 스트리밍은 음원사이트 이용자 수가 비교적 줄어드는 새벽 시간에 상당한 효력을 나타낸다. 최근 교통사고로 숨진 레이디스코드 은비의 생전 소원이 음원차트 1위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팬들과 네티즌이 힘을 모으자 지난해 발표곡 '아임 파인 땡큐(I'm fine thank you)'가 즉각 9개 음원차트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전략적인' 스트리밍이 통한다는 증거다.

음원차트를 중시하는 풍토는 가수들의 사전 프로모션 기간을 줄이는 데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수들의 컴백 소식이 알려진 직후 관심이 가장 뜨겁다는 데에 착안, 컴백 소식을 알리자마자 음원을 찾아들을 수 있도록 하고자 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단 한건의 스트리밍이라도 아쉽기 때문.

드라마 OST의 경우 음원을 발표 당일 오전이 돼서야 보도자료를 통해 음원 출시를 알리는 게 관례가 된지 오래. 거물급 컴백도 음원 발매일을 최대한 마지막까지 비밀로 하려 노력하고 있다. 음원 출시에 맞춰 컴백 방송을 잡아야 하다보니 방송국에 2주전 가량 소문이 돌아 기사화가 미리 되긴 하지만, 기획사에서 먼저 컴백일을 박아서 사전 홍보하는 사례는 거의 없는 상태다.

마지막까지도 조금이라도 더 유리한 음원 출시일을 바꿀 수도 있고, 대중에게 컴백을 확정하고 관심이 채 꺼지기 전에 음원을 발표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나란히 신곡을 출시할 라이벌 가수의 음원 발표 일정을 두고도 상당한 정보전이 치러지고 있다.

음반, 공연에 강해도 음원 순위가 낮으면 움츠러들기 쉬운 상황에서 음원차트에 강한 장르의 곡들이 자주 발표되는 건 피할 수 없는 일. 한 가요관계자는 "거의 모든 가수들이 음원차트 10위권 곡들을 분석하고 있다. 퍼포먼스형 아이돌이 힙합을 접목하고, 감성적인 곡을 더블 타이틀곡으로라도 내세우는 건 음원차트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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