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러시아, 우크라이나의 친러시아 반군 세력 대표자들이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대표단과 함께 5일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회담을 열고 휴전안에 전격 합의하면서 동부 지역에서 6개월간 이어진 포성이 멎고 안정을 찾게 됐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작년 11월 친러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당시 대통령이 EU와의 경제협력 협정 체결을 중단하면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로 축출되자 이에 반발한 러시아가 2월 크림반도에 군대를 파견하며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특히 러시아가 3월 우크라이나 영토이자 전략적 요충지인 크림반도를 자국 영토로 강제 병합하고, 이에 반발한 미국과 서유럽이 러시아를 G8에서 쫓아내고 자국 내 러시아 자산을 동결하는 등 경제 제재에 나서며 동·서 신(新)냉전 구도가 형성됐다.
이번 휴전안은 공교롭게 우크라이나에 개입한 러시아에 대한 군사적 대응 방안을 핵심 의제로 삼았던 영국 웨일스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담이 폐막하는 날에 맞춰 발표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NATO 정상회의 개막을 앞둔 지난 2일 "내가 원하기만 하면 2주 안에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점령할 수 있다"고 말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했고, NATO회의 때문에 민스크의 회담이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았다. 실제 이날 폐막한 NATO회의에서 정상들은 러시아와 인접한 동유럽 지역 등 주요 분쟁 지역에 파견하기 위한 수천명 규모의 신속대응군을 편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양측이 휴전에 합의한 것은 그만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7개월째 이어진 교전 국면을 탈출하기를 절실히 원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는 크림반도를 손에 넣은 뒤, 동부지역 친러무장세력을 배후 지원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그러나 서방 국가들의 경제 제재와 이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지난 6월과 7월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경제가 큰 타격을 입었고, 국제사회에서도 고립돼 있는 상태다. 우크라이나 역시 막대한 인명 피해 속에 최근에는 남동부 항구 도시 마리우폴까지 친러 반군의 진격을 허용하는 등 전세가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사회·경제 재건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 때문에 푸틴 대통령과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3일 전화 통화를 가진 뒤 양국이 각각 "양국이 동부지역 휴전체제에 합의했다(우크라이나)"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반군의 평화협정 체결을 희망한다(러시아)"고 밝히자, 양측 간 휴전안 체결에 대한 교감대가 높게 형성된 게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됐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군사 개입 사실을 줄곧 부인해온 만큼 어법엔 차이가 있지만, 양측 간 휴전 협상이 상당 부분 진척됐다는 것을 모두 시인했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