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동네, 6개월간 10여명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실종된 사람들이 어디로 갔는지, 누가 그들을 데리고 갔는지, 작은 실마리조차 풀리지 않아 주민들의 불안감은 점점 커진다. 맨홀 주변에서 머리카락, 하이힐, 핏자국이 발견되며 공포는 겉잡을 수 없데 된다.

스릴러 '맨홀'은 매일 지나치지만 한 번도 관심을 두지 않은 공간, 맨홀에 신원미상의 남자가 있다는 신선한 설정으로 일상 속 공포심을 자극하는 영화다. 도시 일부이지만 외부와 완벽하게 단절되고, 안에 들어가면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맨홀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공포를 그린다.

2009년 단편 '정서적 싸움3-감성적 싸움 전초전'으로 미쟝센 단편영화제 4만번의 구타 부문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받은 신재영(37) 감독의 첫 장편이다.

신 감독은 "우리가 무심히 지나가는 것 중 하나가 맨홀이다. 무심할 수 있는 이 소재가 공포로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촬영 전 허가를 받아서 맨홀 여러 군데를 돌아다녔다. 불쾌한 냄새와 퀴퀴한 가스가 올라왔다. 죽은 쥐를 비롯해 각종 생물, 기괴한 소리로 정신이 없었다. 그 속에서 최대한 리얼함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미로 같은 맨홀에 자기만의 세상을 창조한 정체불명의 남자 '수철'은 정경호(31)가 연기한다. 도심과 맨홀 아래를 자유자재로 누비며 곳곳에 설치해둔 CCTV를 통해 타깃을 고르고 감시하고 납치하고 감금한다. 맨홀 밑에서 수철을 만나 살아나온 사람은 없다.

정경호는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지 않는 수철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다. 이 인물을 표현하는 게 어려웠다. 모티브로 삼을 만한 사람이 없어 감독님과 스태프와 함께 많은 얘기를 나눴다. 다행히 세트에 갔더니 내 집처럼 편안하게 느껴졌다"고 전했다.

신 감독은 "정경호의 대사가 영화에서 두 줄이다. 대사없이 연기하는 게 굉장히 힘들다. 정경호의 눈을 보면 야성의 눈빛과 연민의 눈빛이 느껴진다. 본능적으로 연기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물속 촬영에서도 "8시간 넘게 물속에 갇혀 있었다. 온몸이 다 젖고 앉지도 않고 추운데 짜증 부리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더라. 근성이 있는 배우"라며 만족해했다.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동생 '수정'과 단둘이 어렵게 살아가는 '연서'는 정유미(31)가 맡았다. 청각장애인 동생 '수정'은 김새론(14)이다. 김새론은 "작품 들어가기 한 달 전부터 수화를 배웠다. 말로 의사소통을 하고 감정표현을 해야 하는데 그 부분이 제약돼 답답한 면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신 감독은 "김새론은 신기가 있는 배우"라며 엄지를 세웠다. "대사가 없어 수화를 짧게 배웠는데도 굉장히 잘해줬다. 또 새벽에 졸다가도 큐 사인이 들어가면 눈빛이 바뀌었다. 정말 신기가 있는 것 같다"고 거듭 추어올렸다.

'맨홀'은 10월2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