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가 지금보다 늘어나려면 '건강보험 수가'부터 정해야 한다.

건강보험 수가란 의사가 환자를 치료할 때 환자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비용을 얼마씩 나눠서 낼지 정한 액수다. MRI를 찍거나 주사를 놓는 것 같은 의료 행위 하나하나에 값을 매겨서 그에 따라 건강보험 혜택을 주는 경우도 있고(행위별 수가제도), '하루에 환자 1인당 얼마'라는 식으로 총액을 정해 그만큼 병원에 주고 '이 범위 안에서 알아서 하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일당정액제도).

복지부가 2003년 처음으로 '호스피스 법제화 계획'을 내놓은 뒤 11년이 지났지만 지금껏 건강보험 수가를 정하기 위한 시범 사업만 두 차례 하고, 수가 자체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 복지부 관계자들은 "호스피스만의 독특한 특성 때문에 의료계 안에서도 갈등이 많아 좀처럼 방침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호스피스 병동은 심리 치료, 가족 상담 등 일반 병동에서 안 하는 서비스를 많이 한다. 말기 암 환자에겐 주사 한 대 맞는 것보다 마음의 여유를 되찾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건보 혜택은 없다. 그러면서 항암 치료, 방사선 치료 등은 중단한다.

복지부 관계자가 "일당정액제도로 가자니 일부 의사가 '그러면 심리 치료처럼 공이 많이 드는 프로그램을 충분히 운영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그렇다고 행위별 수가제도로 가자니 '호스피스는 불필요한 의료 행위를 하지 말자고 가는 곳인데, 의료 행위를 할 때마다 돈을 준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발한다"고 했다.

이처럼 복지부가 갈팡질팡하는 사이 민간 호스피스 병원들은 후원금으로 모자라는 돈을 각자 알아서 메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