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아산병원·서울성모병원·신촌세브란스병원. VIP 환자들이 많이 몰리는 이른바 '빅5' 병원이다. 모두 최첨단 연명치료 장비와 중환자실을 갖추고 있지만, 호스피스 병동이 있는 곳은 이 중 서울성모병원과 신촌세브란스병원 두 곳뿐이다.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은 아예 호스피스 병동이 없다. 서울대병원은 2006년 호스피스 병상을 27개 만들었다가, 지금은 중환자실 겸용으로 돌려서 사용하고 있다. "적자가 자꾸 나서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복지부가 "2020년까지 호스피스 병상을 1400개로 늘리겠다"고 했지만, 이들 세 병원 중 어느 곳도 정부 정책대로 "호스피스 병동을 만들거나 다시 열겠다"고 하지 않았다.
이보다 규모가 작은 병원들은 더했다. 현재 전국 상급종합병원 43곳 중 18곳, 지역거점병원 38곳 중 13곳이 호스피스 병동을 갖추고 있다. 취재팀 조사 결과 이들 대부분이 "증설하긴커녕 지금 있는 병상도 운영하기 빠듯하다"고 했다.
충남대병원은 2008년 호스피스 병상 13개를 마련했다. 환자들이 밀려들어 매달 20여명씩 대기하는 실정이다. 충남대병원 관계자가 "정부에서 1년에 한 번 8000만원씩 주는데, 그 돈으로는 운영비도 모자라 1년에 7000만원씩 후원금을 걷고 있다"고 했다.
왜 이렇게 돈이 많이 든다는 걸까. 충남대병원 관계자는 "호스피스 병동에는 음악치료·목욕봉사처럼 일반병동에 없는 프로그램이 많은데, 말기 암 환자에겐 꼭 필요하지만 건강보험 혜택은 전혀 없다"고 했다.
인력난도 심각했다. 계명대 동산병원은 "바자회 수익금과 기독교적 신념을 가진 자원봉사자들 덕분에 겨우 버틴다"고 했다. 홍성의료원은 "지방이라 간호사들이 오질 않는다"면서 "호스피스 병동 간호사들은 휴가도 못 가고 일하고 있다"고 했다.
아직 호스피스 병동이 없는 병원들은 "새로 만들 엄두가 안 난다"고 했다. 지방 A대학병원 관계자는 "정부가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지만, 거기 참여했다간 재정 적자가 날 게 너무 뻔했다"고 했다. 지방 B의료원은 "호스피스는 숙련된 전문인력이 필요하다"면서 "정부 지원금으로 시설을 만든다 한들, 인력을 구하거나 인건비를 댈 자신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