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미국 '퍼스트레이디' 가운데 가장 유명하고 아름다웠던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1929 ~1994). 두번에 걸쳐 세기의 결혼을 했지만 단 한번도 남편에게서 진정한 사랑을 받은 적은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귀족적인 우아함 속에 눈물을 머금고 있었지만 그 점이 어딘가 모르게 사람을 사로잡았다. 뭇 여성들이 그녀의 옷차림과 머리 모양을 그대로 따라 했다. 사람들은 그녀가 드는 가방도 유심히 살폈다. 그래서 탄생한 게 구찌의 '재키(Jackie) 백'이다.
◇오리지널(original) 재키 백
처음부터 '재키 백'이라 불린 건 아니다. 가방은 1952년 로베르토 로셀리니의 영화 '유로파 51'에 처음 등장했다. 주인공 잉그리드 버그먼이 악어 가죽으로 만들어진 가방을 들고 나왔다. 주사기를 닮은 금속 잠금장치(피스톤 클로저), 모서리 각을 없앤 둥근 형태가 독특했다. 누구보다 가방을 마음에 들어 한 사람은 재클린이었다.
공식 석상에서 또는 개인 모임이 있을 때마다 재클린은 그 가방을 들었다. 1960년대 전반에 걸쳐 그녀가 여러 가지 버전의 가방을 들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사람들은 그녀의 애칭인 재키를 따 '재키 백'이라 불렀다. 이후 다양한 색깔과 소재로 변신을 거듭했고, 지금까지 구찌의 대표 베스트셀러 핸드백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재키 백은 재클린의 결혼 전 성(姓)인 부비어(Bouvier)에서 영감을 받아 2006년 크루즈 시즌에 '부비어 백'으로도 나왔다.
◇뉴(new) 재키 백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프리다 지아니니는 재키 백의 진화를 꿈꿨다. 2009년 봄·여름 시즌에 그녀가 내놓은 '뉴 재키 백'은 오리지널 특유의 둥근 모서리가 여전히 우아한 아름다움을 뽐냈지만 젊은 여성들이 소지품을 넣어 편하게 들고 다닐 수 있도록 좀 더 넉넉한 크기로 만들었다. 또 화려한 보라, 신선한 초록, 선명한 빨강, 눈부신 흰색 등 활력 넘치는 빛깔의 가죽에 길게 떨어지는 같은 색 술(tassel) 장식을 달아 걸을 때마다 화려하게 흔들리며 발랄하면서도 아찔한 효과를 빚어내도록 했다.
◇재키 소프트(soft) 백
2014년 가을·겨울 시즌에 나온 '재키 소프트(Soft) 백'은 여성스러움이 물씬 풍기는 오리지널 재키 백 스타일에 보다 활동적이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불어넣은 것이다. 다른 것을 섞지 않은 순수 송아지 가죽에 안감을 없애 바깥으로 드러나는 선(線)이 매우 부드럽고 무게도 가볍다. 손으로 가볍게 드는 토트백, 어깨에 메는 숄더백, 살짝 움켜쥐는 클러치백과 브리프백 등 종류를 여럿 갖춰 입맛대로 고를 수 있고, 뱀피(python)와 표범(leopard) 프린트 등 손으로 느낄 수 있는 결도 다양화했다. 특히 검정, 밤색, 밝은 황토색, 은은한 흰색 같은 전통 색깔부터 진한 청색(cerulean blue), 묵직한 와인색(chardonnay), 장밋빛 분홍색(rosy pink), 진한 레몬색, 연한 녹색(eucalyptus green) 같은 산뜻하고 밝은 색깔까지 골고루 빛깔을 펼쳤다.
'언제 어느 때나 경쾌하게 들 수 있는 가방, 여성의 욕구를 가장 잘 읽은 가방'을 만들고 싶어 한 지아니니의 꿈이 고스란히 반영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