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소재 치과대학 본과 3학년에 재학 중인 김모(28)씨는 올해 초 연 5.5%의 금리에 한도 3000만원인 마이너스 통장(돈이 없더라도 통장에 마이너스가 찍히면서 한도 내에서 돈을 자유롭게 빼 쓸 수 있는 통장)을 만들었다. 김씨는 "한 학기 600만원인 등록금은 학자금 대출로 해결했지만, 1년에 400만원씩 드는 재료비나 수업 준비금은 감당할 수 없어 마이너스 통장을 뚫었다"고 했다.

그는 "저학년 때는 과외라도 했지만 고학년이 돼 실습까지 하니 공부할 시간도 부족해 아르바이트를 할 수가 없다"며 "졸업 때까지 학자금 대출도 합치면 8000만원 정도를 대출할 것 같지만, 월급제 의사로 일하면 한 달에 300만~400만원 이상 버니 금방 갚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영업이 안돼 망하는 개업 의사도 종종 있는 만큼 무분별한 마이너스 통장이나 대출은 의·치대생도 상당 기간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할 수 있다고 의료계는 경고하고 있다.

학비는 비싸고 공부할 시간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의·치대생, 로스쿨생 등 전문대학원생은 대출의 유혹에 쉽게 빠진다. 빚을 지더라도 학교만 졸업하면 미래가 보장된다는 생각에 쉽게 대출 유혹에 빠진다. 한 시중은행은 '로스쿨 합격자를 위한 신용대출'이라며 전국 모든 로스쿨 합격생, 재학생을 대상으로 금리 연 5.51%에 최대 2000만원인 마이너스 통장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엔 전문대학원을 졸업해도 취업이 보장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곤란을 겪는 상황도 발생한다. 실제 한 로스쿨생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마이너스 통장의 대출 기한은 최대 5년 정도까지인데 로스쿨 졸업하고 백수 변호사 됐는데 은행에서 당장 돈 갚으라고 하면 어떡할 거냐"며 "졸업하고 빚이 2000만원 있는데 취직 못 하고 대출 상환 기한 연장 안 해주면 바로 신용불량자로 직행하는 것"이라 지적했다.

생활비와 실습비 등을 위해 이자 6%에 한도가 3000만원인 마이너스 통장을 발급받았다는 지방 소재 치과 전문대학원생 이모(28)씨는 "개업해도 망하는 병원이 많은데, 벌써부터 이자 나갈 때마다 부담이 된다. 앞으로 어찌할지 고민이 많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