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8월 북한 주민 21명이 타고 온 어선(오른쪽 배)이 해경 경비정의 호위를 받으며 접안(接岸)하고 있는 모습.

지중해가 '죽음의 바다'가 되어가고 있다. 중동·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밀항하는 보트 피플(boat people)이 해마다 증가하면서 작은 배가 뒤집혀 목숨을 잃는 사람들도 크게 늘고 있다.

해상 난민이라는 뜻의 '보트 피플'은 베트남에서 비롯됐다. 1975년 베트남이 적화통일(赤化統一)되자 바다로 탈출하기 시작한 남베트남(월남) 주민들을 뜻하는 말이었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은 이 말을 "보트로 탈출한 난민들"이라고 풀이하면서 "원래는 1975년 남베트남 정부가 붕괴한 이후 바다를 통해 조국을 떠난 베트남인들"이라고 덧붙인다. 메리엄웹스터 영어사전에 따르면 보트 피플이라는 말이 이런 의미로 처음 사용된 것은 1977년이다.

베트남을 탈출한 보트 피플이 100만명에 달한다는 추산이 나온 적도 있다. 이들 중 대부분은 베트남에서 가까운 태국, 홍콩, 인도네시아 등으로 갔다. 일부는 한국까지 흘러왔다. 부산의 '월남난민 보호소'에서 지내다 뉴질랜드 등으로 떠나갔다. 마지막 보트 피플 2000여명이 머물던 홍콩의 난민 수용소가 2000년 폐쇄됐다. 25년에 걸친 베트남 보트 피플의 역사가 그렇게 막을 내렸다.

보트 피플은 오랜 옛날이나 먼 외국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북한을 떠나 남으로 넘어오는 '북한판 보트 피플'들도 있다. 1987년 청진에서 탈북한 김만철씨 가족이 해상 탈북의 '원조'로 꼽힌다. 2002년 8월엔 북한 주민 21명이 어선을 타고 귀순했다. 지난 6월에도 동해에서 표류하다 구조된 북한 어민이 귀순 의사를 밝히는 등, 보트를 타고 넘어오는 탈북은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