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윤지 기자] 예쁜 외모에 번듯한 직업을 지닌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여성들이 있다. 그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자신의 일상과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들의 치열한 삶은 달콤과 거리가 있었다. 그들의 일상을 훔쳐보는 듯한 느낌이 흥미롭고,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도 있다.
지난 27일 첫 방송된 SBS 시사교양프로그램 ‘달콤한 나의 도시’(이하 달도시)의 이야기다. 회사원 임현성, 변호사 오수진, 영어강사 최정인, 미용사 최송이 등 일반여성들이 출연해 자신의 일상을 공개한다는 콘셉트다. 초면인 네 사람은 프로그램을 통해 친구가 됐다. 그들의 부모님이나 남자친구, 직장상사, 죽마고우 등 주변인물들이 그대로 등장한다. 6개월의 오랜 촬영 기간에서 드러나듯 이들의 에피소드도 다양하다.
‘달도시’ 속 인물들의 이야기는 적나라한 듯 펼쳐진다. 밤샘 근무에 시달리는 수진은 시간을 분초단위로 썼다. 출근길 화장기 없는 민낯으로 운전대를 잡은 그는 신호를 기다리는 틈틈이 화장을 했다. 정인은 상사에 대해 동료와 거침없이 험담을 나눴고, ‘괴팍하다’고 자신을 표현한 남자친구에게 화냈다. 결혼을 앞둔 현성이 상견례를 앞두고 잔뜩 긴장한 모습이나, 회사선배로부터 결혼에 대한 조언을 듣고 머리를 싸매는 모습 또한 그러했다.
도시에서 전문직으로 혹은 대기업 직원으로 사는 그들이지만 마냥 화려하지 않았다. 수진은 저녁식사 자리 상사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내키지 않는 폭탄주를 웃으며 연신 들이켜야 했다. 술자리가 끝난 후에도 귀가는커녕 사무실로 돌아가 근무를 재개했다. “(일을)수임하는 DNA가 있다”는 칭찬이 위로가 됐다. 정인은 상사로부터 “살찌는 DNA가 있다” “돼지가 되지”라는 폭언을 들어야 했다.
공감가는 대목도 있었다. 결혼을 앞둔 친구가 부러운 정인이었지만 남자친구는 좀처럼 듣고 싶은 말을 해주지 않았다. 서운함을 느끼는 표정에선 결혼적령기 여성의 미묘한 심정이 드러났다. 현성은 한때 설렘으로 가득했던 남자친구와 이제 배변 활동에 대해 터놓고 말하는 사이가 됐다. 그는 서로에게 조금씩 무뎌져 가는 모습들을 받아들여야 했다. 과도한 업무를 씩씩히 해내는 수진이었지만 종종 외로움이 밀려왔다.
아쉬움도 있었다. ‘달도시’는 당초 한국판 ‘섹스 앤 더 시티’를 표방했던 만큼, 그들의 거침없는 이야기와 연대를 통해 위로 받는 네 여자의 우정이 기대됐다. 수진의 소개팅 후기를 들으며 모두 조언에 나선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들이 대화 속에서 오가는 말들 보다는 각자의 상황에 초점이 맞춰져 흘러갔다. 상황 나열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성찰은 드물었고, 스토리텔링을 위해 마련된 일부 장면은 작위적으로 다가왔다. 일부에선 미모와 능력을 겸비한 ‘일반인인 듯 일반인 같지 않은’ 그들의 이야기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제 첫 발을 뗀 ‘달도시’.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종영한 ‘짝’의 뒤를 무탈하게 이어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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