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세계 최고 경제강국인 미국에 접근하는 '경제추격 속도'가 중국·대만·싱가포르·홍콩 등 아시아 경쟁국들은 물론이고 일본·독일 등 선진국에 비해서도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일보와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이근 교수(경제학)의 공동 조사 결과, 소득 수준(구매력 기준 1인당 GDP)과 경제 규모(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를 바탕으로 특정 국가가 경제 1위 국가(미국)를 어느 정도 추격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경제추격지수'〈키워드 참조〉 평가에서 한국은 2013년 100점 만점에 26점으로 세계 23위에 그쳤다. 2013년 한국의 구매력 기준 1인당 GDP는 2만8644달러, 전 세계 경제(GDP 기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7%였다.
반면 싱가포르는 경제추격지수가 4위(1인당 GDP는 5만5739달러), 일본 5위(3만1846달러), 중국 6위(8496달러), 홍콩 9위(4만5502달러), 대만은 18위(3만4321달러)였다. 비(非)아시아 국가 중에는 독일이 7위, 프랑스가 13위였다. 한국이 '경제추격지수'에서 아시아 경쟁국 및 선진국에 뒤처진 이유는 경제 규모(세계 15위)에 비해 소득 수준(24위) 상승이 더디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 교수는 "한때 비슷한 경제 발전 속도를 보였던 한국·싱가포르·대만·홍콩 등 이른바 '아시아 4룡' 국가 간에 발전 속도의 차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국과 대만은 1990년대 이후 1인당 소득 수준이 급상승하면서 '중진국 함정'에 빠져 있는 남미의 브라질·아르헨티나 등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다. 그러나 소득 수준 상승 속도에선 양국 간 희비가 엇갈린다. 한국은 일본과 대비한 1인당 소득 수준에서도 몇 년째 일본의 90% 수준을 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일본 대비 1인당 소득에서 1990년 40.8%, 2000년 64.3%, 2005년 74.8%, 2010년 86.7%로 급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후 상승세가 꺾이면서 2012년 89.1%, 2013년 89.9%로 정체 상태다.
반면 대만은 1990년 51.0%, 2005년 87.6%로 상승한 뒤 2010년 103.9%로 처음 일본을 앞질렀고, 2012년과 2013년 107%로 격차를 벌리고 있다. 이 교수는 "한국과 일본은 고령화 등 경제 조건이 비슷하다"며 "만일 우리의 경제추격 속도가 지금 상태로 떨어지면 한국이 일본을 따라잡는 것은 영원히 불가능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경제추격지수
특정 국가의 구매력 기준 1인당 GDP(소득수준 지표)와 전 세계 경제에서 이 국가가 차지하는 비중(경제 규모 지표)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뒤 경제 분야 1위국과 발전 수준을 비교 평가한 지수. 가령 1위 국가와 같은 수준이면 100, 절반 수준이면 50.
☞경제추격속도지수
특정 국가의 '소득 수준'과 '경제 규모'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얼마나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수. 우리 경제가 3% 성장했더라도 다른 나라들이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면 추격속도지수는 낮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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