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던트 푸어에는 네 유형이 있다. 각기 차이가 있지만 모두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기까지 높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우리 사회의 '고비용 구조'와 맞닿아 있다.

첫째는 취업에 필요한 '스펙'을 쌓느라 수천만원을 쓰는 청년 구직자들이다. 갈수록 좁아지는 취업 관문을 뚫기 위해 갖춰야 할 스펙이 점점 늘어났고, 스펙 쌓기에 들어가는 총비용이 급증했다. 한 번에 수천만원이 들어가는 교환학생·어학연수는 특별할 것 없는 경력이 됐고, 각종 영어 시험 점수와 자격증 취득, 인턴·봉사활동, 면접 학원 수강, 자기소개서 대필 등에 돈을 써야 겨우 남과 같은 선상에 설 수 있게 됐다.

둘째는 행정고시, 공무원 시험, 교원임용 시험 등에 뛰어든 수험생들이다. 합격만 하면 정년까지 안정적으로 다닐 수 있는 공무원·교사가 되겠다는 청년들이다. 스펙은 따로 필요없지만 각종 시험 전문 학원이 발달하면서 '절간에서 독학한 끝에 고시에 합격했다'는 얘기는 옛말이 됐다. 유명 강사의 인터넷 강의는 한 달 수강료가 거의 100만원에 육박한다. 전문학원에서 몇몇 과목만 수강해도 대학 등록금에 버금가는 수강료를 내야 한다. 대부분의 수험생은 합격 때까지 극빈층 수준의 생활을 감내하거나, 학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시험 준비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다 시험에 연거푸 낙방하며 스튜던트 푸어로 전락한다

셋째는 변호사와 의사 같은 고소득 전문직종을 노리며 전문대학원에 입학한 학생들이다. 2005~2009년 도입된 로스쿨, 의학전문대학원은 대부분 한 해 등록금이 1500만원을 넘는다. '졸업만 하면 갚을 수 있다'는 생각에 학자금 대출, 심지어 이자율이 두 자릿수인 고금리 대출에 손대는 재학생들도 있다. 수천만원 빚을 지는 경우도 생긴다. 대출을 받지 않으려고 휴학과 복학을 거듭하면서 임시직과 학생 신분을 오가는 스튜던트 푸어도 적잖다.

마지막은 처음부터 스튜던트 푸어로 시작해 헤어나지 못하고 그대로 빈곤층으로 진입하는 경우다. 저소득층 출신 학생 상당수가 이 경우에 속한다. 양질의 일자리를 얻기까지 대학 등록금 외에도 여러 비용이 들어가게 되면서, 장학금이나 복지 지원금만으로는 '개천에서 용 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