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봄·여름 인기를 끌었던 패션 키워드 중 하나는 '아트(Art)'였다. 예술 작품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든 패턴 원피스부터 아예 한 폭의 그림을 그대로 옷에 프린트한 티셔츠까지, 옷이 바로 예술 작품이었다. 패션 전문가들은 이번 가을·겨울 시즌에도 '아트'의 인기는 여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림·조각상·건축물 등 다양한 예술 작품을 모티브로 한 옷들이 출시되고 있는 가운데, 특히 눈에 띄는 것은 1960~1970년대 이탈리아에서 활동했던 여성 화가들의 작품을 모티브로 한 발렌티노의 2014년 가을·겨울 컬렉션이다.
◇1960~1970년대 이탈리아 여성 화가의 작품에서 모티브 얻은 '아트' 컬렉션
강렬한 레드 색상 드레스로 대표되던 발렌티노는 지난 2008년 젊고 감각적인 2명의 디자이너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와 피엘파올로 피촐리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되면서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특히 이번 가을·겨울 시즌 발렌티노 컬렉션은 지오세타 피오로니·캐롤 라마·칼라 아카르디 등 1960년대 후반과 1970년대 초반에 여성의 겉모습이 아닌 본질을 표현하고자 했던 페미니즘 성향의 여성 화가들의 작품에서 모티브를 얻어 자유분방하고 자신감 넘치는 여성성을 드러냈다. 이 중 하트와 별 문양이 수놓아진 시스루 네이비 드레스는 지오세타 피오로니의 몽환적인 작품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든 것으로 섬세한 장식과 실루엣 등 우아한 여성미와 함께 시스루룩으로 상반신을 과감하게 노출한 대담함이 돋보인다.
시스루 룩 의상의 경우 속이 비치는 얇은 소재로 만들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봄·여름에 많이 입는다. 그런데 이번 가을·겨울 시즌에는 발렌티노를 비롯해 지방시, 프라다 등 다양한 패션 브랜드에서 시스루 룩을 선보이고 있다. 올 가을·겨울 시즌 발렌티노의 시스루 룩은 롱원피스부터 숏원피스, 기모노 스타일 원피스까지 매우 다채롭다. 시스루 룩을 멋스럽게 연출하려면 긴 시스루 원피스에 가죽 소재의 롱부츠를 신고 모피 코트를 걸친 다음 화려한 주얼리로 포인트를 주면 좋다. 쌀쌀한 날씨에도 몸을 따스하게 보온하면서 고혹적인 관능미를 낼 수 있다.
◇옵티컬 패턴·패치워크 등으로 올 가을·겨울도 화사하게
올가을 기하학적인 패턴과 함께 비비드한 색상의 조합이 특징인 옵티컬 패턴도 패션 키워드 중 하나다. 옵티컬 패턴은 기하학적인 무늬를 반복해 나열함으로써 독특한 입체감과 리듬감을 주어 최근 몇 년 사이 패션 업계에서 지속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번 가을·겨울 시즌 아크네·알렉산더 왕·샤넬·프라다 등 다양한 패션 브랜드에서 옵티컬 패턴을 활용한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발렌티노는 레드·핑크·블랙 등 색색의 원이 들어간 옵티컬 패턴을 니트·스커트·원피스·구두·트렌치코트 등에 적용해 다소 무게감 있는 가을·겨울 옷을 경쾌하고 화려하게 디자인했다.
또한 발렌티노는 패치워크(patchwork, 여러 색상의 천 조각을 꿰매 붙이는 것) 기법을 활용해 독특한 기하학적인 패턴을 선보였다. 이 패턴은 어릿광대를 그린 피카소의 작품 '할리퀸'을 연상케 하는데 다이아몬드 모양의 무늬와 알록달록한 색감이 특징이다. 그중 레드·그린·블랙·화이트 등 색색의 가죽을 이어 붙여 만든 트렌치코트와 롱부츠가 세련되면서도 화려한 디자인으로 눈길을 끄는데, 어두운 색 계열이 주를 이루는 가을·겨울 패션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
◇나비와 꽃 활용한 새로운 카무플라주 패턴도 선보여
남성적인 카무플라주 패턴을 전혀 다른 스타일로 여성스럽게 디자인한 '카무 버터플라이(Camu Butterfly)' 패턴도 이색적이다. 발렌티노는 이번 가을 시즌 오스트리아 사진작가 말리 플랭크의 작품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든 '카무 버터플라이' 패턴을 새롭게 선보였다. 카무플라주는 원래 군복에 사용된 위장용 얼룩무늬를 말하는데, 나비와 꽃을 활용해 카무플라주 패턴을 표현한 방식이 신선하다. 특히 반짝이는 소재에 실사에 가까운 나비와 꽃 모양을 디자인한 카무 버터플라이 패턴은 절제된 세련미를 보여준다. 발렌티노는 카무 버터플라이 패턴을 의상·백·슈즈 등 다양한 제품에 적용해 선보였다.
이 밖에 겨울철 인기 아이템으로 퍼(모피)를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에는 핫핑크, 오렌지 등 발랄하고 화려한 느낌의 퍼 제품이 인기를 끌었다. 패션 전문가들은 올해는 한층 차분해진 느낌으로 다양한 색상 조합이 돋보이는 퍼 제품이 인기를 끌 것으로 보고 있다. 발렌티노를 비롯해 마르니·프라다·지방시 등의 브랜드는 이번 가을·겨울 시즌 다양한 색상 조합이 매력적인 퍼 코트를 선보인다. 발렌티노는 무릎 위까지 내려오는 퍼 코트의 경우 색색의 퍼를 이용해 화사한 꽃무늬를 넣어 우아하게 디자인했다. 엉덩이 바로 위까지 내려오는 퍼 쇼트 코트의 경우 화려한 색상의 다이아몬드 무늬를 퍼로 형상화해 세련되면서 젊은 감각의 스타일로 연출했다. 퍼 소재는 밍크, 램(양털) 등으로 다채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