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소득 700만원인 회사원 김모(45·서울)씨는 아무리 바빠도 주중 3일 이상 회사 근처 피트니스센터에서 운동을 한다. 주말에도 가급적 하루는 등산이나 골프를 한다. 그는 "요즘은 외모도 경쟁력이기 때문에 건강뿐만 아니라 자기 관리 차원에서도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소득층보다는 저소득층이, 도시보다는 시골에 사는 경우 비만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990년대 말까지는 잘 먹어서 살찌는 '부유한 비만'이 많았지만 이후 체중 관리할 돈과 시간이 부족한 저소득층의 '가난한 비만'이 압도적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소득 격차가 그대로 비만율 차이로 이어지는 '건강 격차' 현상은 미국 등 선진국에선 이미 오래전에 시작됐다.
◇저소득층, 시골이 비만율 높아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국회 보건복지위 인재근 의원(새정치민주연합)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소득에 따라 4계층으로 나누었을 때 상위 25%(고소득층)의 비만율은 29.5%인 반면, 하위 25%(저소득층)는 34.3%로 저소득층 비만이 4.8%포인트 더 높았다. 1998년에는 고소득층 비만율이 26.6%로 저소득층 비만율 24.8%를 웃돌았다. 그러나 이후 15년간 고소득층 비만율은 2.9%포인트 증가에 그친 반면 저소득층은 9.5%포인트나 증가했다.
서울백병원 강재헌 비만센터소장은 "건강관리 비용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저소득층의 비만은 선진국에서도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면 비만이 되기 쉽고, 비만하면 외모에 대한 편견 때문에 자라서도 취직이 잘 안 된다"며 "비만이 '가난의 대물림'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와 시골의 비만율 차이도 컸다. 2012년 기준 행정구역상 동(도시)에 거주하는 인구의 비만율은 31.5%인 반면, 읍·면(시골) 거주자의 비만율은 37.6%였다. 질병관리본부 오경원 건강영양조사과장은 "여성은 50세 이후 비만율이 높은데, 시골에는 도시보다 여성 노인 인구가 많은 것이 비만율을 끌어올리는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또 도시에 비해 시골의 평균 소득이 낮고, 건강관리 인프라가 부족한 것도 높은 비만율의 원인으로 꼽힌다. 오 과장은 "에너지 섭취량을 보면 도시와 시골의 차이가 거의 없는 반면, 걷기를 포함한 신체 활동량은 도시가 오히려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여성 비만, 외모지상주의 부작용 심각
비만의 성별 차이도 두드러졌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12년 기준 19세 이상 성인 3명 중 1명은 비만인데, 남성의 비만율은 36.3%로 여성의 28%보다 훨씬 높다. 하지만 폐경기가 시작되는 50세 이후에는 여성 비만율이 남성보다 크게 높았다. 전문가들은 "외모지상주의가 만연한 우리나라에서는 젊은 여성들이 무리할 정도로 다이어트를 하기 때문에 비만율이 낮은 것"이라고 말했다.
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오상우 교수는 "미국은 '청소년 비만 탈출', 일본은 '뱃살 줄이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유럽은 건강 인프라에 엄청난 투자를 하는 반면, 우리 정부의 비만 예산은 수억원에 불과하다"며 "빈부 격차에 따른 비만 격차를 줄이려면 국가 차원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인 비만율
만 19세 이상 성인 가운데 체질량지수(BMI)가 25 이상인 사람 비율. BMI는 몸무게(㎏)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 서양인은 30 이상을 비만으로 보지만, 아시아인은 25 이상을 비만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