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정책연구실장

정부는 내수와 수출 균형을 통한 지속 성장을 위해 서비스산업 투자 여건을 개선하고자 한다. 그러나 규제 개선뿐 아니라 서비스산업 중심의 경제정책에 대한 근거 없는 우려도 개선해야 할 대상이다.

일부 학자들은 서비스 제공자와 고객이 같은 장소에 있어야 하는 특성상 서비스산업은 국제교역이 힘들고, 따라서 서비스업 의존도가 높아지면 국제수지에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한다. 제조업 수출 품목이 빈약한 산업 발전 초기 단계 국가라면 모를까, 이는 우리나라처럼 50여년간 제조업 수출 중심 경제구조를 완성시켜 온 경제에는 적용하기 어려운 논리다.

서비스산업이 본질적으로 교역이 어렵다는 것은 고정관념일 뿐이다. 서비스산업은 더 이상 내수 산업이 아니다. 각종 첨단기술을 통해 전 세계가 연결돼 서비스 제공자와 고객이 같은 장소에 있을 필요도 없다. 오히려 전 세계 서비스산업 시장을 우리 시장으로 만드는 선제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작년 한국을 방문한 중국 관광객은 327만명이다. 14억이 넘는 중국 인구가 우리나라를 한 번씩 찾는 데만 400년 넘게 걸린다. 이런 어마어마한 시장을 앞에 두고 서비스산업에 경제정책 우선순위를 두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있을까.

서비스산업 중심 경제정책에 반대하는 입장에는 정부 주도로 제조업을 보호·육성하는 정책만이 경제성장을 가져온다는 인식이 내재돼 있다. 이는 최근 강화되고 있는 제조업과 서비스업 간 상호작용을 간과한 주장이다. 콘텐츠 산업과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을 기반으로 혁신적인 우리나라 스마트폰 앱이 세계시장을 휩쓴다고 가정해보자. 이런 혁신이 오히려 한국산 스마트폰 수요를 더 키울 기회를 제공하지 않겠나. 제조업과 서비스업 구분이 이미 무의미해진 시대, 모든 산업이 연결돼 있는 상황에서 서비스산업에 정책 중심을 둔다고 우려하는 것은 기우다.

많은 선진국 기업들이 과거보다 연구·개발에 훨씬 많은 투자를 하는 것은 보다 지식집약적인 제조업 제품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제품에 내재된 지식이 비교우위를 결정짓기 때문이다. 서비스산업 장려 정책은 단순히 도소매·음식·숙박 같은 전통적인 부문에 국한돼서는 안 된다.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에 새로운 경쟁을 불어넣고 우리 서비스산업 시장을 전 세계로 넓혀가는 방향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