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재밌는 특집이라 해도 거듭되면 익숙해지는 법. 새롭지 않다는 것은 예능에서 죄악이라고 여겨질 정도로 재미가 떨어진다. ‘무한도전’이 진화된 심리전으로 점점 계략이 교묘해지는 멤버들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연기자가 아닌 전문 수사관을 활용하고, 죄수의 딜레마를 구성에 집어넣어 더욱 쫄깃한 심리전을 완성했다.

지난 16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은 심리전 특집인 ‘도둑들’을 방송했다. 예능본부의 기밀문서를 훔친 죄로 붙잡힌 여섯 명의 멤버들이 격리된 후 자신의 이익 도모를 하다가 무덤을 파게 되는 죄수의 딜레마를 결합했다. 죄수의 딜레마는 공범자가 격리된 후 서로를 믿지 못해 범죄 사실을 공표하면서 형량이 늘어나는 상황을 의미한다.

여기에 실제 수사관인 모종준 씨가 멤버들과 심리전을 벌이는 과정은 흥미를 자극했다. 단순히 요구르트 하나에 주범인 정형돈과 박명수의 이름을 적기까지 정준하는 숱한 고뇌에 빠졌다. 멤버들의 기를 죽이기 위해 “누가 앉으라고 했느냐”라고 엄포하는 수사관의 목소리는 예능프로그램 상황극을 진짜처럼 몰입하게 만들었다. 수사관의 날카로운 분석과 심리적으로 약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화술은 이날 ‘도둑들’ 특집의 긴장감을 높이는 배경이 됐다.

또한 멤버들의 자백을 이끌어내는 압박과 회유 역시 이번 ‘도둑들’의 묘미 중에 묘미였다. 대화를 하면 할수록 블랙홀처럼 빨려들어가서 진실을 말하게 되는 가운데, 의리를 지킨 이는 유재석과 하하 뿐. 서로에 대한 배신감과 불안감이 극에 달한 것은 당연지사다. 심리전에서 불신은 더욱 재밌는 그림을 만든다. 숱한 추격전과 심리전을 펼치며 새로운 장치 마련에 몰두했던 영리한 제작진은 감옥 안에서 멤버들이 주범을 적어내게 만들거나 소수결 토론을 벌이게 해서 서로에 대한 불신을 극대화했다.

피말리는 두뇌 싸움이 벌어지고, 서로 살겠다고 거듭되는 계산을 할수록 일이 꼬이는 것은 당연했다. 최후의 1인이 돼서 감옥 탈출을 꿈꾸는 욕망이 꿈틀거리는 가운데, 승리를 위해 질주하는 멤버들의 경쟁은 흥미로울 수밖에. 이미 지난 9년 동안 반복되는 추격전과 심리전을 통해 판을 키우고, 살아남기 위해 사기와 결탁, 배신을 반복해온 멤버들을 혼란에 빠뜨린 것은 제작진의 신의 한 수 덕분이었다.

죄수의 딜레마를 녹이고, 여기에 진짜 수사관을 투입해 심리전에 익숙한 멤버들일지언정 실수를 하게 만들고 두뇌 싸움을 시작하는데 있어서 균열을 만드는 전초전은 제작진의 현명한 장치였다. 시기마다 추격전과 심리전을 펼쳐놓은 ‘무한도전’은 또 한번의 진화에 성공했다. 같은 토대의 구성일지언정, 풀어나가는 방식을 달리하고, 이미 답을 알고 있을 멤버들에게 새로운 판을 짜게 만들어 흥미를 높인 것. 같은 소재라도 같은 그림을 만들지 않는 제작진의 뒤통수 전략에 여섯 멤버들의 심리전에 어느새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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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