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음성군 맹동면 꽃동네 희망의 집에서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프란치스코(78) 교황이 충북 음성 꽃동네에서 하기로 했던 한국어 기도가 무산됐다.
 
교황은 16일 한국 수도자들을 비롯한 3만여명과 한국어로 기도할 계획이었지만, 꽃동네 장애아동 시설인 '희망의 집'에서 장애아동들과 오랜 시간을 보내느라 일정이 지연되는 바람에 기도는 한국어 대신 이탈리아어로 진행됐다.
 
교황은 수도자들과 함께 공동체의 전통적 기도인 성무일도, 즉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날마다 정해진 시간에 하느님을 찬미하며 바치는 공적인 기도를 할 예정이었다. 교황은 성무일도의 선창인 "하느님, 저를 구하소서"와 마침 강복인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전능하신 천주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서는 여기 모인 모든 이에게 강복하소서"를 교황이 직접 우리말로 할 예정이었지만, 시간에 쫓기면서 해당 순서는 이탈리아어로 진행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작은 문제가 하나 생겼다. 우리에게 기도는 결코 소홀히 할 수 없지만, 헬기와 관련된 시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오늘 기도는 각자 개인이 알아서 해야겠다"고 양해를 구하자 곳곳에서 아쉬운 탄식이 쏟아지기도 했다.
 
천주교 청주교구 홍보부장 이현로 신부는 "3만1000여명이 다 함께 기도하는 장관을 볼 뻔했는데 아쉽다. 시간 때문에 어쩔 수 없게 됐다"고 아쉬워하면서도, "교황은 멋진 장관이 나오는 사진보다 장애인들과 충분히 시간을 보내는 걸 선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꽃동네 박필립보(47) 수사도 "교황은 크고 권위적인 의자를 사용하지 않는 것처럼 작은 차를 타고 실제 모습으로 보여준다. 우리 수도자들도 그렇게 살아야 한다. 실제 삶 안에서 실천하고 고민해야 한다. 나만의 수도 생활이 아니라 그리스도 사랑의 전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며 이날 교황을 만나본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