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있습니다. 가슴이 아픕니다.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습니다."(프란치스코 교황)

"기쁜 일이 있어도 좋아할 수가 없어요. 너무 아파요."(세월호 희생자 고(故) 정원재씨 부인 김봉희씨)

1분간 세월호 유가족 이야기 들어… 14일 오전 서울공항에 도착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영접 나온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악수하고 있다. 교황은 1분 정도 유가족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위로했다.

14일 서울공항에 내려, 환한 웃음을 띠고 영접 나온 정부 관료와 가톨릭 평신도 대표들과 악수를 나누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교황이 탄 비행기가 활주로에 내릴 때 눈물을 흘리기 시작해, 온통 눈물범벅이 된 세월호 유가족들의 손을 붙잡았을 때였다. 왼손을 가슴에 올린 교황은 이들의 손을 꼭 쥐고 눈을 맞추며 자신이 그들을 잊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위로 필요한 이들 손 붙잡고

교황 방한위원회는 이날 평신도 대표 총 32명을 선정해 한국 땅에 첫발을 디딘 교황을 영접하도록 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화동(花童) 2명과 보호자 2명을 비롯, 중·고생 4명, 가톨릭 근로자 젊은이 2명, 어르신 대표 2명, 결혼을 앞둔 예비 신자 2명 등 '보통 사람들'이 거기 서 있었다.

교황과 함께… 화기애애한 주교단… 프란치스코(아래 가운데) 교황이 14일 오후 서울 중곡동 천주교중앙협의회를 찾아 방명록에 서명하기 전 교황방한준비위원장인 강우일(아래 왼쪽) 주교를 바라보며 활짝 웃고 있다.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4명, 새터민 2명, 필리핀과 볼리비아 출신 외국인 근로자 2명, 범죄 피해자 가족 모임인 해밀 대표 2명, 장애인과 보호자 등 가슴 아픈 일을 당했거나 사회적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이들도 함께였다. 시복 대상자 후손 2명, 외국인 선교사 2명, 수도자 대표 2명 등 한국 가톨릭에서 대표성을 갖는 이들도 포함됐다.

방한위 관계자는 "교황님을 제일 먼저 맞이할 분들이어서 '가장 평범한 이웃' '상처받고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을 선정했다"고 전했다.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으로는 고 남윤철 단원고 교사의 부친 남수현씨와 부인 송경옥(모니카)씨, 사제를 꿈꾸던 예비 신학생 고 박성호(단원고 2)군의 아버지 박윤오(50)씨, 고 정원재(61)씨의 부인 김봉희(58)씨 등 4명이 포함됐다. 김씨는 "교황님을 뵙는 순간 미안하다는 마음만 들었다. 좋은 일로 뵌 것이 아니라 힘든 상황에 처해 있는 유가족들을 달래러 오셨다고 생각하니 자꾸만 죄송했다. 교황이 안아주시니 눈물이 쏟아졌다"고 했다. 범죄 피해자 가족 모임 '해밀' 대표는 "교황님께서 가해자들을 위해 특별히 더 기도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교황 만난다" 가슴 설렌 사람들

분주한 大田…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하루 앞둔 14일 성가대가 리허설을 하고 있다.

"교황님께 사랑한다고 말했어요. 교황님은 전 세계에서 가장 착하고 마음 넓은 분이잖아요."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교황께 꽃다발을 건넨 최우진(13)·최승원(9) 남매는 이른 아침부터 설�다. 교황을 만날 생각에 기도하다 잠을 설쳤지만 기다린 만큼 기쁨도 컸다. 남매의 아버지 최용석씨는 "오늘 교황님을 만날 준비로 다졌던 그 마음으로 아이들이 평생을 올바로 자라나길 바란다"고 했다. 2012년 한국 땅을 밟은 탈북자 김정현(58·가명)씨도 "평생 이런 기회가 올 줄 몰랐다"며 기뻐했다. 최효임(18)양은 "오늘 교황님을 만난 것은 인생의 가장 큰 축복"이라고 했다.

이날 서울공항에서는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겸 평양교구장 서리 염수정 추기경과 방한위원회 위원장 강우일 주교(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등 한국 가톨릭 주교단 9명도 평신도들과 함께 교황을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