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돌목 해전 승리 이끈 민초 역할 주목
10월 2014 명량대첩축제서 해전 재현
"우리가 이렇게 고생한 걸 후손들이 알까모르것네", "모르면 호로 자식이제." 최단 기간에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명량'은 울돌목의 성난 파도를 온몸으로 받아냈던 전라도 격군들의 대사로 막을 내린다.
이순신 장군을 소재로한 영화 '명량'이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명량대첩을 성공케했던 전라도 민초들의 역할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10일 영화 투자배급사인 CJ E&M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개봉한 '명량'은 12일 만인 이날 오전 누적관객 1000만명을 돌파했다. 영화 '괴물'이 개봉 21일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한 것보다 무려 9일을 단축한 기록이다. '명량'은 정유년(1597년) 7월 백의종군 중에 다시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명된 이순신 장군이 일본 수군에 괴멸당한 원균의 패잔 전선 12척을 수습해 결전을 모색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순신 장군은 정유년 9월16일 일본 수군을 울돌목으로 유인해 불과 12척의 전선으로 133척(또는 330척)의 일본 수군을 격멸한다.
세계 해전사에서도 전무후무한 사례인 명량대첩은 이순신 장군의 뛰어난 통솔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지만 전라도 수군와 민초들의 구국정신이 뒷받침 됐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풍전등화에 놓인 국가의 운명을 뒤바꾼 전라도민의 숭고한 희생정신은 이순신 장군이 남긴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호남이 없었으면 국가가 없었다)'라는 유명한 어록에도 담겨있다.
역사학자들은 이순신 장군이 북방의 육군에서 오랫동안 군생활을 지내 상대적으로 서해바다와 해전에는 익숙하지 않았던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순신 장군이 불멸의 신화를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은 바다의 물길과 특성에 밝은 전라도 수군과 민초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영화 '명량'이 이순신 장군을 집중 조명하면서 다른 배역들의 활약이 눈에 띄지 않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지만 전라도 수군과 민초들의 삶은 영화 전반에 걸쳐 고스란히 녹아있다.
영화속 탐망꾼 임준영(진구 분)이 말을 못하는 그의 아내 정씨여인(이정현 분)의 도움을 받아 자폭으로 이순신 장군을 구해내고, 전라도 민초들이 울돌목 회오리에 갖혀 침몰 직전인 이순신의 대장선을 구출하는 부분은 관객의 가슴을 울린다. 물론 영화속 내용은 허구가 가미돼 있다.
특히 목탁 대신 창을 들고 백병전에 참가하는 승려들과 수군, 초자연적인 힘으로 울돌목의 파도를 이겨냈던 격군, 피난을 가지 않고 육지에서 힘을 보탠 민초들의 모습은 지금의 전라도가 처한 상황과 오버랩된다.
"우리가 이렇게 고생한 걸 후손들이 알까모르것네", "모르면 호로 자식이제." 육신이 부숴져라 노를 저었던 당시 격군들의 바람과 달리 현재 전라도는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고립돼 가고 있으며 인터넷에서는 각종 비하와 폄훼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전남도는 영화 '명량'의 흥행몰이를 오는 10월9일부터 12일까지 진도와 해남에서 열리는 2014명량대첩축제에 접목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울돌목을 사이에 둔 해남의 우수영 수변무대와 진도의 승전무대에서 각각 '명량'을 상영할 예정이며, 출연 배우 방문도 섭외를 시도하고 있다.
행사 첫째날인 9일에는 진도 정유재란순절묘역과 해남 충무사에서 각각 약무호남(若無湖南)의 민초 정신을 기리는 제례가 열린다.
또 우수영강강술래와 해남과 진도 주민들이 준비한 음식으로 출정을 준비하는 '소 다섯 마리 큰잔치', 진군을 명하는 '초요기를 울려라' 등의 행사를 통해서도 전라도 민초들의 구국정신을 되새길 예정이다.
축제의 백미는 명량대첩을 재현한 해전이다. 1597년 9월16일 오전부터 초저녁까지 울돌목에서 충무공 이순신과 의로운 전라도 민초들이 만들어낸 기적같은 승리를 재구성한 해전은 대형 야외 총체극으로 지난해의 경우 3000여 명의 출연진이 한편의 서사 드라마를 연출했다. 올해는 지난해 보다 규모를 키워 실제 판옥선과 함께 5~7t급 선박 100여 척이 참가한다.
전남도 관계자는 "영화 명량이 이순신 장군에만 집중하다 보니 전라도 민초들의 역할이 소홀하게 다뤄졌지만 명량대첩의 진짜 주인공은 전라도 수군과 민초들이다"며 "영화의 흥행돌풍을 명량대첩축제가 이어 받아 이순신 장군과 함께 전라도 민초들의 역할도 상세하게 알릴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