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새누리당과 합의한 세월호특별법 내용을 둘러싸고 당 안팎에서 재협상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당내에서도 반발이 극심해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박 원내대표의 리더십이 위기에 봉착했다.
쟁점은 특별검사 추천권이다. 박영선 원내대표가 진상조사위원회에 유가족 추천분 3명을 받아내고 특검추천권을 양보한 것이다. 여야는 대신 현행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상설특검법) 상 임명절차에 따라 진행키로 합의했다.
새정치연합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세월호 가족대책위의 요구에도 못미치는 특별사법경찰관 임명은커녕 이보다도 후퇴한 특검추천권조차도 받아내지 못했다는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당초 특별사법경찰관 임명을 통해 진상조사위에 수사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특검추천권 '쟁점'…재협상 요구 잇따라 야당에서 특검추천권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대통령과 청와대도 특검의 수사대상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임명하는 특검에게는 독립성을 기대할 수 없다는 공감대 때문이다.
현행 상설특검법에 따르면, 법무부 차관과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호사협회회장, 국회에서 추천한 4인 등 7인으로 구성된 국회 특검후보추천위원회가 2명의 특검을 대통령에게 추천하면 대통령이 1명을 임명하도록 돼 있다.
당장 세월호특별법을 주도해온 세월호특별법 태스크포스팀(TF) 야당 간사인 전해철 의원이 이에 반발해 TF 주말 협상 불참을 선언했다.
전해철 의원은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저는 진상규명의 최소 기준은 특검추천권에 있다. 추천권만은 양보돼선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그간 주장해왔던 최소한의 기준마저 지켜지지 않는 합의는 재고돼야 한다"며 "일단 주말 협상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전 의원과 함께 안산을 지역구로 둔 김영환·부좌현 의원도 기자회견에서 "성역없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원하는 세월호 가족과 국민의 요구와 크게 동떨어진 합의"라며 "여야 원내대표가 특검 추천권과 관련해 즉각적인 재협상에 나서 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이어온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에 대한 반대 여론이 들끓고 있다. 당내 초재선 의원모임인 '더좋은미래'도 박 원내대표에게 재협상 요구 입장을 전달했다.
문재인 의원도 "여야 합의보다 더 중요한 건 유족들 동의"라며 "그 분들이 동의하지 못한다면 여야가 다시 머리를 맞대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원내지도부에서조차 이에 수긍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원내지도부의 한 의원은 "박 원내대표와 매일 만나서 회의를 하고 있어서 특별히 강하게 반대는 할 수 없다"면서도 "당 분위기는 굉장히 좋지 않다"고 털어놨다.
특히 전 의원의 주말 협상 불참 선언으로 당장 원내대표 합의에 따른 TF 실무협상에도 제동이 걸렸다. 새정치연합은 일단 전 의원을 끝까지 설득하면서 우윤근 정책위의장을 협상장에 내보낸다는 방침이지만 실무협상이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유은혜 원내대변인은 "우윤근 정책위의장과 전해철 의원이 (세월호특별법 TF 여당팀과) 만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일단 전 의원이 나가야 한다"며 "전해철 의원이 실무를 해왔기 때문에 빠지면 실무상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주말에는 어쨌든 실무협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11일 의총…박영선 리더십 타격 '우려'
새정치연합은 일단 오는 11일 의원총회를 소집해 세월호특별법 합의에 대한 내용과 경과를 설명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 같은 반대 여론 속에 7·30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비대위원장으로 추인한 박영선 원내대표의 리더십을 초반부터 너무 흔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합의는 박 원내대표가 이 같은 반대를 예상하고서도 어쩔 수 없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을 택했다는 게 원내지도부의 설명이다. 합의 전에 세월호 가족들과 의원들 간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은 것도 논의해봤자 동의를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결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의원들이 의총에서 박 원내대표의 '결단'에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사실상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의 리더십을 인정하지 않는 셈이 되기에 당 내부에서도 고민이 적지 않다.
전 의원은 "중요한 것은 의총에서 많은 의원들의 뜻이 집약돼서 나올 것"이라며 "의총 결과가 중요하다. 의원들의 뜻이 모아지면 저는 당에 소속돼 있기 때문에 의총 결과에 따라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더좋은미래' 책임간사인 김기식 의원은 "박 원내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선출해놨는데 정치적 파장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지만 가족들의 요구를 실현한다는 측면에서 (합의내용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합의 시점과 과정, 내용 모두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