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 음악 때문에 귀를 막은 채 보고 싶은 영화가 있는가 하면, 눈을 감고 귀를 쫑긋 세워 음악만 들어도 제값을 하는 영화들이 있다. 지난달 31일 개봉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Guardians of the Galaxy)'와 13일 개봉할 '비긴 어게인(Begin Again)'은 극장을 나서는 순간, OST를 구하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어벤저스'나 '엑스맨'과 같은 마블 코믹스(미국 유명 만화책 출판사) 출신이다. 우주 좀도둑 스타로드(크리스 프랫)와 암살자 가모라(조 샐다나), 유전자 변형 너구리 로켓(브래들리 쿠퍼), 나무 안드로이드 그루트(빈 디젤) 그리고 거구의 파이터 드렉스(데이브 바티스타)는 감옥에서 만난 사이. 딱히 출중한 초능력도 없는 이 다섯은 악당 타노스와 로난의 은하계 파괴 계획을 막으려고 한다. 은하계라는 비현실적인 배경에 나무와 너구리 같은 괴짜 캐릭터가 등장하는 이 영화에 현실감을 주는 게 바로 지구의 옛 노래들이다. 장르를 부여하자면 '은하 음악 영화'나 '주크박스 활극'이다.
스타로드는 '끝내주는 노래 모음 1집'(Awesome Mix Vol.1)이란 믹스테이프를 80년대식 소니 워크맨으로 듣는다.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믹스테이프에서 70~80년대 팝송이 한 곡씩 나오는데 선곡이 절묘하다. 다섯 일당이 감옥에서 탈옥하는 장면에서 나오는 노래는 루포트 홈즈의 'Escape(일명 피나콜라다 송)'. 위기의 상황에서 주인공들이 좌충우돌하고 있는데 '피나콜라다'라는 가사와 함께 신명나는 노래가 나오니 관객들은 참을 수 없이 엉덩이를 들썩인다. 악당을 맞닥뜨리는 행성 '노웨어'에 갈 땐 데이비드 보위의 'Moonage Dream'이, 영화가 끝날 땐 다음 편을 예고하는 잭슨 파이브의 'I Want You Back'이 나온다.
'비긴 어게인'은 음악영화 '원스'의 존 카니 감독이 내놓은 음악 영화다. '원스'의 주인공 글렌 한사드와 가수 씨 로 그린, 마룬 파이브의 애덤 리바인이 음악 작업에 참여했다. 록스타가 된 남자친구 데이브(애덤 리바인)를 따라 런던에서 뉴욕에 온 가수 지망생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가 가수로 성공하는 이야기다. 데이브의 마음이 변하고 그레타는 한물간 음반 프로듀서 댄(마크 러팔로)을 만나 뉴욕의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진부한 이야기이지만, 그레타와 데이브의 노래 덕분에 영화는 생기를 찾는다. 가수 역할을 하기에 키이라 나이틀리의 음정이나 음색엔 약간 모자람이 있지만, 감정 표현은 여느 가수 못지않다. 개봉 전 가제(假題)는 '캔 어 송 세이브 유어 라이프?(Can a Song Save Your Life?)'였다. 노래는 인생과 영화 둘 다 구할 수 있다.